매거진 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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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by stamping ink

교정에는 봄냄새가 아직 희미하게 느껴졌다.

장소는 달라졌어도 봄냄새는 비슷했다.

차가운 바람사이에 파스텔 느낌의 봄색깔이 섞여 수빈의 코끝에 닿았다.

새로운 기분을 느끼게 해 주는 바람에 섞인 봄냄새와 달리 수빈은 여전히 홀로 겨울이었다.

수빈은 기숙사를 나서며 온몸에 닿는 시선을 무시하며 걸었다.


아이들에게 전학생이라 함은 호기심 또는 경계의 대상 중의 하나이다.

나가는 이는 있어도 들어오는 이가 거의 없는 마을에 느닷없이 나타난 수빈의 존재는 달가울 리 없었다.


무엇보다 이미 단단해져 있는 여자아이들의 우정사이에 끼어들기는 무리였다.

교실 문을 처음으로 열었을 때 느꼈던 묘한 시선의 거리감은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다.


더욱이 수빈의 청각손실은 아이들과의 친해지기에 또 다른 큰 장벽이 되어있었다.

모든 수업이 끝난 시간, 기숙사 생활을 하는 아이들과 귀가하는 아이들이 뒤섞여 운동장을 메우고 있었다.


등나무가 우거져 있는 운동장 한구석, 수빈은 붉은 벽돌을 쌓아 만들어둔 벤치에 홀로 앉았다.

방해도 없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기 적당한 장소였다.

남의 일기장처럼 펼쳐서 안될 것 같은 계정을 주저함 끝에 접속하였다.


지난 학교에서 수빈의 이야기는 꺼지지 않는 불씨같이 페이스북에 가득 쌓여있었다.

있지도 않던 일들이 사실이 되어 댓글에 댓글이 불어나있었다.

애성이 없이 손가락을 튕겨 화면을 넘겼다.

휴대폰 액정 위로 눈물이 떨어질 때까지 한참을 내려 읽었지만, 수빈 마음을 이해해 주려는 댓글은 보이지 않았다.

수빈의 이야기는 인터넷 공간에서 또 다른 수빈으로 자라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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