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
그 후로 수빈은 수업을 마치면 등나무 벤치를 찾았다.
가끔 나타는 벌레에 아이들이 찾지 않는 등나무 벤치는 수빈의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방과 후 혼자만 찾는 공간일 것이라 생각하고 긴장을 풀고 있었는데, 오늘따라 느닷없이 흙먼지가 수빈의 눈을 향해 날아왔다.
수빈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간신히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니 언제 여기까지 왔는지 벤치 사이를 빗질하는 청소 할머니와 여학생들이 보였다.
“할머니~ 이거 제가 안 버렸다고요.”
“시부럴. 가시내들이 어디서 거짓말을 하고. 내가 다 봤는데 거짓말이야.”
실랑이에도 할머니는 여학생들이 쓰레기라도 되는 것처럼 빗자루로 밀며 비질을 계속했다.
무리 중 키 큰 아이가 할머니를 향해 몸을 내밀었고 주변 친구들은 팔을 잡고 말리기 바빠 보였다.
얻을 것 없는 싸움에 씩씩거리며 여학생 무리가 떠나갔다.
자리를 뜬 여학생들은 안중에도 없이 멈추지 않던 빗자루가 수빈의 발끝에 닿았다.
“시부럴. 이 가시내는 왜 여기 앉아있는 거야?”
수빈은 처음 보는 입모양을 보고 무슨 뜻인지 골똘히 생각에 빠졌다.
방해하지 말고 비키라는 할머니의 손짓을 보고서야 수빈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부럴...”
중얼거리듯 외마디를 하는 할머니의 입 모양이 신기했다.
'누구의 이름을 부르는 것일까?'
할머니의 입 모양을 따라 단어가 입안에 맴돌다 입 밖으로 무의식적으로 내뱉어졌다.
“시부럴...”
할머니의 빗자루가 멈추었다.
기숙사로 돌아가는 수빈의 뒤통수를 노려봤다.
“저 가시내가 지금 나한테 시부럴이라고 한 거야? 아니지. 요즘 귀가 영 이상하더니 빌어먹을 병원에라도 다녀와야 하려나 보고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