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
수빈은 침대에 누워 생각에 빠졌다.
'할머니와 교장 선생님과의 관계가 모자관계가 맞다면, 할머니의 환심을 사서 교장 선생님에게 추천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교내에 싸움닭이라 불리는 할머니의 마음을 얻기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아이들에게 거침없이 따끔한 훈계를 해댔고, 선생님들의 작은 실수도 예외란 없었다.
웃는 모습조차 한 번도 본 적도 없었다.
침대에 누워 도서관에서 빌려온 데일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들척였다.
제법 두꺼운 책이라 손이 잘 가지 않았지만, 사람과의 관계가 허술한 수빈이 도움받을 것이라곤 책뿐이었다.
데일카네기 인간관계론-'호감을 얻는 6가지 방법'
1. 다름 사람들에게 순수한 관심을 기울여라
2. 미소를 지어라
3. 상대방의 이름을 기억했다가 친근하게 불러줘라
4. 잘 듣는 사람이 되어라
5. 상대방의 관심사에 관한 얘기를 하라
6. 상대방이 인정받는다고 느끼게 하라. 그리고 진심으로 인정하라
수빈은 필요한 부분을 발취하며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막상 쌈닭 할머니에게 6가지 방법이 통할리 만무했다.
호감 갖게 만들 뾰족한 묘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할머니와 교장과의 관계를 정리하다 보니 엄마가 보내온 메일이 떠올랐다.
수빈의 머릿속에서 엄마가 사준 보청기가 생각났다.
'보청기를 욕쟁이 할머니에게 주어 가까워지면 교장 선생님이 나를 위해 추천서 정도는 써 주지 않을까?'
외국에서 유명하다는 의료업체가 만든 고가의 보청기를 수빈은 많이 가지고 있었다.
수빈에게 엄마가 사준 보청기의 의미란 비싼 가격만큼 엄마 자신의 죄책감을 덜어낼 용도라고 생각했다.
성능 좋은 보청기를 통한 엄마의 마음 따위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