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암호

13. 〓〓〓〓

암호

by stamping ink

수빈은 언제든지 떠날 생각에 열어보지 않았던 케리어를 옷장에서 꺼내왔다.

결심한 듯 대충 섞여있던 짐 꾸러에 손을 넣어 휘적였다.

수많은 보청기를 모아두었던 주머니를 찾으려 짐 속을 헤집어댔다.


한참을 뒤적이던 손이 멈추었다.

'이건?'

뜻하지 않게 짐에 섞여 따라온 작은 상자가 손에 잡혔다.

굳이 눈으로 확인해 보지 않아도 상자의 존재가 손끝을 통해 머릿속에 닿았다.


금은보화가 쏟아져 나올 것 같이 생긴 상자가 수빈의 두 손에 올려졌다.

한때 어린 수빈에게는 보물 1호였다.

정교하게 만든 보물 상자는 아빠가 만들어준 마지막 선물이었다.


아빠는 함께 떠나자는 말조차 하지 않고 홀로 떠나갔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아빠의 마지막 목소리.

"이건 나의 죄책감이야."

커다랗고 부드러운 손길이 찢긴 귀를 감싸고 있는 붕대를 애처로이 쓰다듬었다.


작은 보물 상자를 열었다.

귀여운 체리모양의 귀걸이가 낡지도 않은 채 빛나고 있었다.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도록 꼭꼭 잠가둔 보물상자가 열리자 수빈의 눈물샘도 열려버렸다.

반짝이며 떨어지는 눈물방울이 닿은 귀걸이는 더욱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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