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
꿈을 꾸었다.
아빠가 보물 상자를 주던 날이었다.
아빠는 수화를 배울 수 있는 휴대용 지침서와 작은 체리귀걸이를 넣어 수빈에게 주었다.
동화책과는 다르게 손가락 모양만 가득 그려져 있는 책이었다.
“이 책에는 특별한 암호가 있어. 이걸 공부하고 나면 우리는 특별한 암호로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재미있겠지?"
아빠는 춤도 못 추는 사람이 춤추듯 어설프게 팔을 움직이며 손동작을 보여주었다.
“암호를 알고 나면 소중한 걸 지켜 줄 거야.”
그 후로 수빈은 '보물은 우리 가족'이라는 수어를 보여주기 위해 손가락을 열심히 움직여 공부했다.
짧고 작은 손가락을 열심히 움직여서 책에 나온 단어를 흉내 내보았다.
정확히 맞는지 안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빠와 엄마 앞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천둥번개가 요란히 쳐댔지만 햇살이 비추던 이상한 날이었다.
부모의 큰 싸움이 벌어졌고, 아빠와 엄마의 어깨는 쉴 새 없이 들썩거렸다.
아빠의 손이 엄마의 뺨을 세게 치고 나갔다.
하지만 통증은 아빠만 느끼는지 아빠의 눈에 눈물이 떨어졌다.
엄마의 등은 그저 싸늘하기만 했다.
수빈이 보고 있음을 알아챈 아빠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빠는 발이 미끄러지며 그 자리를 도망치듯 황급히 뛰쳐나갔다.
수빈이 열심히 공부한 수어도 보지 못한 채 그렇게 떠나갔다.
'가지 마. 아빠. 엄마.'
기숙사에 아침을 알리는 기상벨소리가 울렸다.
헝클어진 머리로 침대에 기대앉은 수빈은 한숨을 쉬었다.
'다신 기억하고 싶지 않았는데 왜 꿈에 나타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