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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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by stamping ink

영숙은 이 동네를 손바닥 보듯 훤히 알고 있다.

영숙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거의 가족처럼 자라온 이들이다.

나가는 사람은 있어도 살아보겠다고 들어온 사람들은 흔치 않은 곳이다.

간혹 구름처럼 다가왔다가도 언제 있었냐는 듯이 휘 떠나가기 일쑤였다.

마을 사람들은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기만 했지 잡아 본 적은 없다.

이곳의 사람들은 구름 같은 타지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영숙의 눈에 구름 하나가 들어왔다.


작은 체구의 여자아이는 조각구름같이 늘 혼자였다.

언제나 쉬이 떠나려 준비하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오늘따라 노을에 마음이 녹아들었는지 조각구름이 영숙에게 우물쭈물 다가왔다.

어쩜 저리 겁도 많고 소심한지 한숨이 절로 나왔다.

다가오는 것을 아는 척하면 다시 숨바꼭질하듯 숨어 버릴 것만 같아서 모르는 척 딴청을 부렸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저는 2학년 1반 이수빈이에요.’

조각구름이 핸드폰을 열심히 두드려 영숙 앞에 내밀었다.

'까막눈'이라 불리던 영숙에게는 수빈의 보여준 글자들은 지렁이처럼 보였다.

"머라는거여? 말로 혀!"

결핍은 있었지만 부끄러움은 없었기에 불편함을 감수하고 살아온 것이 70년이 넘었다.

답답한 조각구름 앞에서 영숙은 점점 먹구름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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