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암호

22. *?&?*

암호

by stamping ink

오랜만에 찾아간 교장실은 전학 오던 날과 다를 것이 없었다.

중역의자와 커다란 테이블이 중앙을 차지했고, 창가에는 난초가 심겨있는 화분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낮은 중역의자에 교장과 마주한 여성의 실루엣이 보였다.

뒤돌아보지 않았지만 수빈은 익숙한 향수냄새에 엄마라는 것을 한 번에 알아차렸다.


수빈이 엄마의 옆 자리 앉을 동안에도 엄마는 교장과의 대화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이 아이는 장애가 있어서 한국보다는 외국에서 지내려 합니다. 그런데 전학 조치를 받고 나니 일이 복잡해졌습니다. 행정소송을 내는 방법도 있지만 교장 선생님의 추천서가 있다면 문제는 쉽게 해결될 듯싶습니다.”

“수빈이는 성실하고 착한 아이가 맞습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도와야지요.”

“미국 학교에서 수업기록을 원해서 이번 학기까지만 수업을 받으려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교무부장과 상의해서 학기 말에 정원 외로 관리되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이뤄내어 위풍당당해진 엄마는 그제야 수빈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민 갈 거야. 그때까지는 여기서 지내도록 해.”

짧고 일방적인 대화가 끝나고 수빈의 엄마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말씀드렸던 기부금은 저희 비서가 행정실에 연락해서 곧 처리하겠습니다. 그럼.”


수빈은 엄마의 그림자를 밟으며 복도를 지나 정문까지 마중을 나섰다.

자동차에 몸을 실은 엄마는 창문을 내려 수빈에게 들어가라 고개를 살짝 돌렸다.

보청기를 껴도 수빈이 작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걸 아는 엄마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가슴에 상처를 내는 아린 말이 수빈에게는 보였다.

“지 아빠 닮아서 쓸모없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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