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암호

26. //#@#//

암호

by stamping ink

가을바람에 감싸인 교정에는 플라타너스 나무가 노란 잎을 떨구며 금빛 모자이크를 바닥에 새겨갔다.

해도 점점 짧아지는 어스름한 저녁시간, 숙직실은 야학당처럼 불이 꺼지지 않았다.

앉은뱅이책상에 마주 앉은 영숙과 수빈은 초등학생용 교재를 펼치고 글자 공부에 열중이었다.


“어때? 나도 잘 쓰지?”

소리 나는 대로 글을 어느 정도 옮기는 실력에 영숙은 우쭐거렸다.

수빈이 재미있는지 '큭큭'거리며 웃었지만 영숙의 눈에는 가냘픈 수빈의 어깨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이젠 제법 또래아이들처럼 웃는 수빈의 모습이 대견하기도 했지만 마른 체형의 수빈이 마냥 안쓰러웠다.

입이 짧은 수빈은 감자, 옥수수, 술빵, 만두 같은 주전부리를 만들어 입에 넣어주어 봐도 한두 입 받아먹고 고개를 돌리기 일쑤였다.

오늘은 달달하고 짭조름하게 만들어 둔 약식을 만들어두었다.

크게 한점 떼어 수빈의 입에 넣으니 배시시 웃는 것이 한없이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곧 수빈은 중국영화에서 본 변검술사처럼 순식간에 어두운 얼굴이 되어버렸다.


휴대폰 문자를 읽어주는 기능을 켜두고 수빈은 자판을 눌렀다.

‘엄마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준비가 되었다고 오라네요.’

수빈을 대신해 짙어진 고민을 기계음이 전했다.

“그렇구먼. 잘됐네.”

씁쓸한 아쉬운 표정이 영숙의 얼굴에 비추어졌다.

수빈은 다시 자판을 빠르게 눌렀다.

‘할머니. 저 소원이 있는데... 서울에 가보고 싶어요. 같이 가 주실래요?’

“서울? 왜? 전에 살던?”

고양이 눈처럼 동그란 수빈의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영숙은 거절을 할 수 없었다.

"그려. 뭐 서울이 대수냐. 같이 가자. 대신 이 약밥은 다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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