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쉼 수필]

by stamping ink

젊은 날엔 살아남으려 필사적이었다. 하나뿐인 것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은 넘쳐났다.

그 시절엔 안정되어 보이고 여유 있는 중년이 부러웠다.

나도 중년의 나이가 되면 모든 것에 구속받지 않고, 내가 하고픈데로 하며, 상처 받고 고통받는 도전도 안정기가 되면 끝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도 했다.


시간은 공평하게 쥐어져 흘러갔다.

하루가 쌓여 계절이 되고, 계절이 쌓여 한두 해가 금세 지났다.

기어 다니던 아이를 오랜만에 만나면 걷고, 뛰고, 학교를 간다 하고, 군대를 간다 한다.

지나는 과정은 길었던 것 같은데 지나와 뒤돌아보면 '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중년이라 칭하는 시기와 마주하니 살아왔던 것과 다름에 혼란스러웠다.

인정하려 하지 않던 예전 같지 않은 변화에 당혹스러웠다.

마음에 깊이를 더해 어색한 것에 익숙해지기로 했다.

돋보기는 창피한 것이 아니고, 생각나지 않는 단어는 책을 읽으며 다시 되뇌었다.

가렵던 머리 밑으로 흰머리가 하나 둘 올라오고 멋 내기 염색이 아닌 흰머리 전용 염색약을 이용해야 하지만 더 나이가 차 오르면 멋진 백발의 나의 모습을 기대해 보기로 했다.


중년이 되니 하던 일의 시간이 쌓여 편함에 포기한 것들이 떠오른다.

삶의 중턱에 들어서서 앞과 뒤를 바라보며 앞으로의 시간을 간결하게 정리를 해보기로 했다.

멈추었던 열정을 깨워보았다.

시쳇말로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나이의 아이들과 함께 자격증 시험장에 들어가 보고 문제를 풀기 위해 스스로에게 스트레스와 압박도 주어보았다.

긴장감이 오랜만에 심장을 두드려댔다.


피아노를 쳐보려 사두었던 악보도 꺼내 다 잊어가는 코드를 기억해냈다.

현란한 기교는 없지만 뚝뚝 끊어지며 달려가는 음표들은 흥얼대는 콧노래가 섞여 조금은 풍요로워졌다.


역주행으로 달려본다.

하고 싶었지만 덮어두었던, 포기하고 버려두었던 미련들을 끄집어 본다.

생각보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빼곡하게 떠올랐다.

황혼기에 인생에 대한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던져주는 미련이라는 단어를 지금부터 정리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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