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바리(5/5)

[쉼 소설]

by stamping ink

- 샘바리 -


솟구치는 핏물을 입으로 닦으며 오늘 일을 직감하고 있었다. 큰며느리가 올 때마다 아내는 폐가 안 좋아졌다. 아마도 아까 타준 커피에 뭔가 부어대더니 조금씩 아내에게 먹였었나 보다. 작고 약병을 열어 커피에 따르는 모습을 마당을 지나가며 지켜보았다. 작은며느리와 딸이 와서 아내가 떠난 방을 정리한답시고 들척였다. 몇 개 안 되는 금붙이가 나오자 서로 주머니에 몰래 담고 찾았다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그걸 뒤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한숨이 나왔지만 내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큰 며느리가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아픈 아이를 보내고 시골 땅, 제 남편 옆에 묻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그걸 모두 모여 거절했다. 나와 아내의 의도는 아이를 빨리 잊고 여기를 잊고 새로 좋은 사람을 내심 바랬다. 둘째 며느리와 막내는 그런 의미는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도 개인 봉분이 이리저리 올라온 터가 좋을리 없다는 소문이 나면 전답이 제값을 못 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커피 잔에 맑은 물방울이 흐른다. 큰며느리의 눈물인지 약물인지 모르겠지만 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것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하늘이 샘나면 하나는 살겠지라는 마음에 119에 전화를 넣었다. 아무 일 없는 듯 모두 모여 큰아이가 타온 커피를 마셨다.

“언니들만큼 저는 욕심이 없어서 너무 불쌍해요. 배추라도 제가 제일 많이 가져갈까 봐요.”

“아가씨. 시골에 사시면서 배추 욕심이 그리 많으세요? 주변에 널린 게 농산물인데 구하기도 쉽고 가격도 좋은데 저희가 더 가져갈게요. 형님도 가져가실 거죠?”

“그래야지. 도움받은 분들도 많아서 귀한 배추 받으러 간다니 조금 나눠달라고 하네. 배추가 아무리 비싸야 금값만큼은 안 하겠지.”


큰며느리의 말에 아무렇지 않게 잔기침을 하던 막내딸이 피를 토해냈다.

“헉...”

놀라 뒤로 나자빠지던 둘째도 피를 토하더니 조금이라도 더 걸어보려 애쓰다가 외양간 근처에서 피를 토하고 고꾸라졌다.

“아버님. 아셨지요? 제가 왜 이렇게...우욱...”

큰며느리는 깊이 담아두었던 것을 꺼내기도 전에 눈물이 범벅되어 꼬꾸라졌다. 반짝이는 그 물방울이 커피에 닿았을 때 잠시 그려진 그림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언젠가부터 내가 꿈꾸던 그림이었던 것도 같다.


담배를 꺼냈다. 불을 댕기고 연기를 뿜었다.


“여보. 이번 농사는 아무래도 흉작인가 보이. 어느 것 하나 알차지 못하고 옆만 보고 샘내다 다 썩어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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