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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남 Zeroman Mar 13. 2021

2021년은 모던(modern)한가?

    "페스트가 빈발했다. 페스트는 1630~1632년과 1647~1649년에 프랑스를 강타했다. ...(중략)... 이 기간 내내 차고 습한 여름이 지속되었고, 식량 생산은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인구의 80~90% 정도가 농업에 의존하던 시절에, 흉작은 유럽의 거의 전역에 걸쳐 기아와 빈곤을 야기했고..."  -책, '코스모폴리스 : 근대의 숨은 이야깃거리들(스티븐 툴민 저, 이종흡 역, 1997)' 중-


    17세기의 합리성은 페스트와 이상기후를 겪으며 퇴보하고 말았다. 생존의 위기 앞에 시대의 이성이 약화된 것이다. 이와 같은 일련의 사회경제적 혼란으로 인해 사람들은 부당한 권위와 불합리한 관행, 잘못된 관념에 순응하는 시대로 다시 돌아가고 말았다. 이 결과는 1517년 일어난 종교개혁의 의미를 퇴화시켰다. 당시 종교개혁은 시대의 부당한 권위(로마 가톨릭 성직자의 절대적인 권위)와 불합리한 관행(면죄부 판매) 그리고 잘못된 관념(자연현상에 대한 주술 중심의 대응)을 타파하고자 마르틴 루터가 합리성과 그의 신앙(※윤리 의식과 타인에 대한 공감을 포함함)을 기반으로 일으킨 개혁이다. 마르틴 루터는 이성을 도구로 활용하여 "인간을 넘어서는 모든 초월적 가치를 의심할 것, 이를 통해 그 가치들이 규정해놓은 인식의 틀을 벗어날 것"을 사회에 요구했다. 즉, 시대가 근대로 변화할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종교개혁은 당시 유럽의 고도화된 인쇄술을 기반으로 더욱 영향력을 발휘했다.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위해 도시에 붙였던 '(로마 가톨릭 교리에 대한) 95개조 반박문'은 대중에게 널리 읽혔고, 많은 대중이 비판을 위한 이성을 발휘했다. 사회의 합리성이 작동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한 세기 후 마주한 생존의 위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개혁이 의미 있는 이유는 합리성을 추구할 계기를 사회에 마련해 주었기 때문이다. 페스트와 이상기후 이후의 유럽사회는 다시금 합리성을 회복했다. 이는 마르틴 루터가 지핀 개혁의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위기의 시대에도 사회가 합리성에 기반한 고민을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1년 세계는 과거 못지않은 생존의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구사회의 합리성 또한 위협 받고 있다. 코로나와 이상기후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은 사회경제적 혼란을 일으켰다. 두 사건은 하나의 원인에서 기인한다. 기후위기가 그것이다. 이는 인류의 과도한 탄소 배출이 위기를 초래했음을 시사한다(※무분별한 산림벌채로 인해 코로나바이러스를 갖고 있던 박쥐가 인간과 접촉하여 코로나바이러스가 인류에게 전파됨, 산림은 대기로 배출된 탄소를 포집하여 저장하는 역할을 함). 그렇다면 우리는 이 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혼란한 틈을 타고 우리 사회에 다시금 돌아오는 탄소 배출을 위시한 부당한 권위와 불합리한 관행, 잘못된 관념을 주시하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21세기의 근대성을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 2021년, 우리는 반박문을 어떻게 쓸 것인가?







    참고문헌

Toulmin, S. and 역. 이종흡 (1997). 코스모폴리스 : 근대의 숨은 이야깃거리들, 경남대학교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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