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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남 Zeroman Aug 16. 2021

광야에서 기본소득을 말하다

"18. 오멜로 되어 본즉 많이 거둔 자도 남음이 없고 적게 거둔 자도 부족함이 없이 각 사람은 먹을 만큼만 거두었더라 35. 사람이 사는 땅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 자손이 사십 년 동안 만나를 먹었으니 곧 가나안 땅 접경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만나를 먹었더라 (출애굽기 16:18, 35)"


광야. 기독교인은 이 말을 일상 언어라고 할 만큼 자주 사용한다. 그들이 믿는 신의 은혜를 상기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징성을 가진 이 언어가 최근 비기독교인의 일상 언어로 위상을 바꾸었다. 광야를 너머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겠다는 내용의 걸그룹 유행가가 만든 판도다. 노래 속 광야 또한 기독교인의 광야와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두 곳 모두 절망과 시련을 주기 때문이다. 기독교인의 광야는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곳을 의미하며, 이로 인해 인간이 겪는 고난 또한 의미한다. 그래서 광야에는 절망과 시련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기독교인들은 삶 속에서 어려운 일을 겪을 때 "광야를 지난다"고 표현한다. 과거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집트 파라오왕의 박해를 피해 이집트를 탈출하여 향했던 곳을 성경은 광야라고 기록한다(※예수가 마귀의 시험을 받던 곳 또한 광야로 기록하지만, 사람들이 널리 쓰는 광야는 출애굽기의 광야이다). 그들은 그 광야에서 40년을 지낸 후 가나안 땅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즉, 광야를 지나는 데 40년이 걸린 것이다. 이러한 지난한 역사를 토대로 광야는 오늘날 그 수사적 의미를 발휘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광야에서 어떻게 이 기간을 버텨낼 수 있었을까?


성경에 따르면, 그들은 만나를 매일 그들이 믿는 신으로부터 받아먹었다. 그 양은 개인에게 적지도 많지도 않게 충분했다. 이를 통해 그들은 인간다운 삶을 유지했다. 여기서의 인간다운 삶은 기본소득의 지향점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극단적인 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금액, 이는 완전한 경제 보장이나 풍요가 아닌 기본적인 경제 보장을 제공하는 것". 기본소득의 지향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과거 이스라엘 사람들은 만나라는 기본소득을 그들이 믿는 신으로부터 받았다. 그리고 인간다운 삶을 40년간 유지했다. 사실 여기서 인간다운 삶의 기준이 개인마다 다르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출애굽기의 광야에서는 신의 역량 기반 접근이 개인의 상대성(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했다고 답할 수 있다. 그렇기에 오늘날의 기본소득 정책은 개인의 상대성(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인도의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인 아마르티아 센의 역량접근법을 적용할 수 있다. 그는 개인은 역량을 활용하여 충분함을 달성하며, 이때 개인마다 역량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즉, 개인마다 상이한 생존 역량이 개인의 인간다운 삶(충분함) 영위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기본소득이 주요 화두로 꼽힌다. 그러나 이 화두는 정책 시행을 위한 실효적 논의보다는 포퓰리즘 측면의 힐논의로 변질하는 모양새다. 이유는 이런 논의 속에는 (팬데믹 등의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유발하는 상황에 대응하여)인간다운 삶을 이루려는 목표는 있지만, 어떻게 그 목표를 실효적으로 이룰지에 관한 매니페스토가 모호하다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 현재 대선 의제로 나오는 기본소득 정책은 역량 측면에서 개인의 상대성(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 결과는 역량 측면에서 개인의 상대성(특수성)을 구분하는 접근법을 활용하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어떻게 광야의 그들이 절망과 시련을 딛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는지 고찰해 볼 때다.








    <참고문헌>

Sen, A.(2001). Development as freedom: Oxford Paperbacks.

SM엔터테인먼트(2021). aespa Next Level

스탠딩, & 가이.(2018). 기본소득―일과 삶의 새로운 패러다임. 안효상 (역), 파주: 창비 (Standing, Guy, Basic Income, London: Penguin Books, 2017).

월 4만원부터 60만원까지…적어도 많아도 ‘기본소득 딜레마’ (2021년 7월 6일 한겨레 기사)

너도나도 말하는 대선의제 기본소득…누가 진짜일까요? (2021년 7월 4일 한겨레 기사)

이재명의 배짱···'기본 시리즈' 난타 당해도 "계속 포퓰리즘" (2021년 8월 15일 중앙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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