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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남 Zeroman Aug 22. 2021

자유는 공유자원이다

자유,공유자원,다중심주의,아프가니스탄(아프간)

"그들에게 자유를 허락하겠다."

최근 탈레반이 국제사회를 향해 한 말이다. 여기서 그들은 탈레반의 재집권을 앞두고 이를 두려워하는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을 가리킨다. 탈레반의 이러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주민들과 국제사회는 그들의 자유 허락 퍼포먼스를 믿지 못하는 눈치다.


탈레반의 발언이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는 자유를 허락하는 주체가 단일하다는 데 있다. 여기서 자유는 공유자원으로 치환할 수 있다. 공유자원은 누구나 누릴 수 있지만(비배제성), 한정된 양으로 인해 누구에게나 허락되지는 않는다(경합성). 이로 인해 공유자원은 배분 문제에 직면한다. 즉, 누군가는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에 대해 엘리너 오스트롬은 1990년 그의 저서 Governing the commons를 통해 다중심주의를 발표하며 공유자원의 효과적인 배분 방안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그는 인간과 공유자원의 지속 가능한 관계를 도모하고자 했다. 다중심주의는 공유자원의 운영 권한을 단일 주체가 아닌 다양한 주체들에게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운영 규칙(거버넌스)은 다양한 주체들에게 그들이 처한 환경의 특수성을 주체적으로 고려하여 자신들과 공유자원 간의 장기적 관계를 도모하도록 유도한다. 아프가니스탄은 사실 20년째 자유를 효과적으로 운영해내지 못하고 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은 미국의 침공으로 탈레반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효과적으로 배분할 새로운 기회를 얻었지만, 관리들의 무능으로 인해 기회를 실현하는 데 실패했다. 이에 대한 예시로 최근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결정과 함께 아슈라프 가니 정권이 몰락하며 국민들의 자유가 탈레반으로부터 위협 받는 상황을 들 수 있다. 이 상황은 지속 가능한 자유가 세워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지난 20년간의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자유를 효과적으로 배분하는 데 실패했음을 시사한다. 나아가 이 시사점은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미국의 천문학적 금액의 원조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관리들의 부정부패로 인해 탈레반과 같은 외부 위협에 대항할 전투 자원 등의 역량을 충분히 키우지 못했다는 함의를 갖는다. 앞선 관리들의 무능은 이러한 관점에 그 근거를 둔다. 20년이 지난 지금,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의 재집권을 목전에 두고 또 한번 자유를 효과적으로 배분하지 못할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탈레반의 자유 거버넌스가 이슬람 원리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의 자유 거버넌스가 앞으로 여성과 아이 그리고 지난 20년간 서방에 협력한 사람들에게 자유를 배분하지 않을 것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프가니스탄이 직면한 이 위기는 어떻게 해소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국제사회는 아프가니스탄이 그들의 자유를 주체적이고 장기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그들 내부에 견고성 있는 거버넌스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앞서 언급한 다중심주의를 적용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아프가니스탄 지역 단위로,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이 함께 그들의 자유를 규정짓는 요소들을 운영하는 데 참여하도록 국제사회가 유도하는 것이 그 적용 방향성이다. 이러한 적용 방향성은 아프가니스탄의 자유를 아프가니스탄 전역에 배분하고 오랜 기간 유지하는 데 그 의의를 두며, 3,800만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이 다양한 민족으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그 정합성을 높인다. 정합성은 이들 다민족의 다양한 환경에 관한 이해를 자유 거버넌스 주체에게 요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주체에 가장 적합한 대상자는 국제사회와 각 지역 주민들이라고 할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에 자유를 허락(배분)하는 건 이들의 몫인 것이다. 탈레반의 발언이 신뢰를 얻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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