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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람 Jan 04. 2023

친구

유치해 진짜

오랜만에 친구가 제주도에 왔다. 딱히 반갑다고 말하기엔 제주를 방문하는 빈도수가 잦아 일상처럼 만나는 그런 친구가.


응원

미리 약속한 장소에서 시작된 우리의 하루. 먼저 식당에 도착한 친구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고 " 지냈어?" 대신 "  빠진  같다?"라는 말로 인사 자리에 착석했다. 의자에 앉자마자 시작된 수다. 자주 보는 우리지만 대화 속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나는 프리랜서, 친구는 퇴사


서른이란 나이의 지각변동. 커다란 변화는 우리를 우리답지 못하게 했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진지한 조언이 섞인 이야기. 우리는 오랜만에 어차피 잘 될 거라며 서로를 응원했다. 오글거리게.



유치해 진짜

나름 진중했던 식사자리가 끝나고 레트로한 감성을 풍기는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서로를 향한 응원과 진지함은 어디로 휘발되었을까. 달그락 거리는 유리잔 안의 얼음이 녹아 사라질 때까지 진중함과는 거리가 먼 대화가 이어졌다. 아니 누구보다 유치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어깨동무하고 응원하던 사이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네 말이 맞네, 내 말이 맞네 우기기와 조카 뻘 아이들이 나눌 원초적인 이야기를 난사했다. 누군가가 보면 좋지 못할 상황. 하지만 나는 기다린 것 같다. 이 유쾌한 순간을. 스트레스 없는 가벼움과 웃음만이 존재하는 하루를.  


친구란 그런 것 같다.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나와 당신의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그런 존재.


2023. 01.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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