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람 Jan 07. 2023

사진관을 열었습니다

파랑사진관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직장이 사라졌다. 물론, 이 선택에는 후회도 미련도 없다. 본인이 하고자 하는 걸 해야 직성이 풀리는 내겐 옳은 선택이었다. 그리고 오늘 그 결실로 사진관을 열었다. 


행복하지 않아서

회사 생활이 그리 나쁜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남들이 보면 부러울 법한 직장생활이었다. 제주에서 여행작가로 활동하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썼으니까. 하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내게 회사 생활은 나쁘지 않았을 뿐,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분명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회사라는 틀 안에서 그들이 좋아하는 결대로 찍고, 쓰는 꼭두각시. 그게 나였으니까.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행복과 절망이 같이 떠오를 때가 있다고. 지금 내 상황이 딱 그랬다. 자신감과 동시에 불안감이 공존했다. 고정적인 수입을 포기하고, 내 것을 한다는 게 오롯이 기쁘고 행복할 수만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덧붙인 뒷 말에 힘을 얻었다. 


"하지만,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뮤지션이 더 이상 명곡을 만들지 못한다는 게 더 슬퍼"


불안감은 나의 동력이 되었다. 밤을 세서 래퍼런스를 만들고,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삶을 살까 고민하게 됐다. 자신감만 존재했다면 결코 하지 않았을 행동. 불안감은 자신감의 거름이 되었고,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돌아왔다.



사진관을 차렸습니다.

노력 끝에 사진관을 차렸다. 제주에서 물결을 일으키고 싶다는 마음과 청량감을 주는 사진을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에 '파랑'이라는 이름으로. 


스냅사진 위주로 시작될 도전. 벌써 두 팀의 예약이 들어온 지금 누군가의 찰나를 담을 수 있으매 가슴이 두근댄다. 또, 꼭두각시 인형이 실을 끊고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사실에 설렘을 느낀다. 물론 여전히 불안하다. 의심도 든다. 하지만, 아무렴 어떨까. 다 괜찮을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건 이겨낼 수밖에 없는 성장통의 일부일 테니.


2023. 01. 07

매거진의 이전글 계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