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행복이 뭔데?
내게 '행복'은 강박이었다. 행복과 거리가 멀어졌단 생각이 들면 억지로라도 행복하려 노력했다. 근데 웃긴 건 행복에 대한 정의를 제대로 내리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행복하고 싶지만, 행복을 모른다니. 참 아이러니하고 기구하다. 어쩌면 나는 허상을 쫓는 피터팬일지도 모른다.
행복이란 정의를 내릴 수 있게 된 건 비교적 최근이다. 정확히는 '어렴풋이'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게 맞겠다. 아무리 노력해도 정의 내릴 수 없는 것. 그게 행복이니까.
그렇게 행복하고 싶다면서 '행복'이란 정의를 달랑 두 줄로 표현했다. 심지어 명확하게 말하지도 못했다. 쉬우면서도 어리석은 결론. 하지만, 이마저도 정의 내리는데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작년의 나는 무엇에 홀린 듯 행복에 대한 정의를 내리려 했다. 사진과 글로, 말과 행동으로 찾으려 했다. 하지만 무엇 하나 기준이 되는 게 없는 행복. 마음에서 끌어 오르는 두근거림도, 우주에 떠있는 듯한 안온함도, 심지어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곤경에 빠졌을 때도 '행복'은 존재했다. 행복한 것과 행복하지 않은 것을 공책 위에 빼곡히 적어 나열해봐도 행복을 하나로 묶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행복은 우주와 같았다. 하나로 묶기에는 너무나도 크고 깊은 그런 존재. 그래서 나는 행복을 하나로 묶는 대신 쌓기로 했다. '매 순간 행복이란 단어가 떠오를 때, 그것을 행복이라 부르자' 오늘 이 일로 행복했는데, 내일 이 일로 행복하지 않아도 이상하다 생각하지 말자. 매일매일 달라지는 것. 변덕스러운 내가 선택하는 것. 그것을 행복이라 정의하자.
변덕스러운 나는 오늘 꽤나 많은 행복을 선택했다. 아침부터 시작되는 기분 좋은 미소. 이것이 방증이겠지. 웃음이 많이 났던 하루. 누군가가 보낸 기분 좋은 메시지에, 내 글이 좋다 말하는 동료들의 응원에, 쉴 새 없이 대화를 나누고 헤어짐을 아쉬워했던 당신 덕에 나는 행복했다.
그리고 지금 가장 행복하다.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 내가 선택한 행복을 나열하며 곱씹는 이 순간. 오늘 하루 행복했다고 말하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얼마나 행복했으면, 행복이란 단어를 서른다섯 번이나 썼을까. 다시 한번 곱씹게 되는 하루다.
2023.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