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람 Jan 14. 2023

하고 싶은 게 많은 자의 최후

외줄 타기

하고 싶은 게 많았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게 가장 큰 재앙은 '무기력'과 '무능함' 그리고 '무료함'이 되었다. 無라는 글자가 들어가면 왜인지 기피하고 싶은 나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하고 싶은 것만큼은 해야 하는 사람.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사람.


외줄 타기

하고 싶은 걸 해야만 직성이 풀린다는 건 높이가 낮은 외줄을 탄다는 것과 같다. 성공하기 위해 후들대는 다리를 이끌고 줄 위를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는 모습. 한 번에 성공하면 좋지만, 실패가 많아 떨어지고, 또 떨어진다. 높이가 낮아 죽지는 않지만 멍들고, 상처 나고, 때로는 크게 다치는 순간들.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며 정신을 부여잡지만, 아픈 데는 면역력이 없어 늘 힘들다. 

누군가는 의아해한다. 그럼 왜 외줄을 타냐 다그치고, 하고 싶은 걸 조금은 참아보라 말한다. 하지만, 나는 말하고 싶다. 외줄을 타는 건 상처로 끝나지만, 하지 않는 건 죽는 것만큼 아프다고.


작품 스틸 컷 중 일부


최후

2022년, 벌려놓은 것이 많다. 지금 당장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것도 그렇지만, 올해 하반기는 친구와 이자카야를 차리려 한다. 작년부터 준비한 창업을 위해 매일 연구하고, 고민하고 있는 지금. 이것만으로도 매일이 치열하다. 그런 내가 12일 후면 개인 전시회를 연다. 일과 관련된 것만 4개인데 개인전시까지 한다니.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난다. 어쩌면, 이는 하고 싶은 걸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자에게 마땅한 최후겠다.


전시라는 목적지를 향해 걸으며 셀 수 없이 떨어졌고, 상처를 입었다. 오늘도 내 전부를 전시를 위해 투자했다. 개인 사진전에 필요한 것들을 체크하고, 채우는 일에 힘썼다. 그 과정에서도 줄 아래로 여러 차례 떨어졌다. 하지만, 나는 안다. 외줄을 타는데 꽤나 능숙해졌다는 것을. 처음은 수 백 번 떨어졌다면, 지금은 하루 열 번도 채 떨어지지 않는다. 전시회라는 목적지까지 이제는 몇 발자국만 더 디디면 된다. 외줄 끝에 있을 성취감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는 걸음. 어쩌면 이게 내가 외줄을 타는 이유였고, 앞으로도 계속 타게 될 이유겠다.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괜찮다. 줄 끝에 닿았을 때, 해냈다는 성취감은 상처를 잊을 만큼 기쁘고, 행복하니까. 


결국,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람의 최후는 성장밖에 없으니까.


2023.01.14


임하람 작가 홈페이지



매거진의 이전글 초대한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