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싫어
내게 아쉬움이란 감정은 오묘하다. 라면 세 봉지를 맛있게 끓여 먹고, 뒤늦게 저녁 반찬이 소고기인 걸 알게 된 기분이랄까. 결과가 있어야만 드러나는 감정이면서도, 대개 행복이 동반하는 순간 생기는 이상한 감정. 그게 내겐 아쉬움인 것 같다.
특히, 여행을 할 때면 늘 이 오묘한 감정이 튀어나온다. 분명 기간이 정해져 있는 걸 알면서도, 그에 맞게 최선을 다해 여행했음에도, 심지어는 "여기서 죽어도 여한이 없어!"라고 말하면서도 나타나는 아쉬움. 언제 어디서 생긴 건진 알 수도 없다. 그저 마음속으로 피어나는 먹먹함이 "나 지금 아쉬워"라고 말할 뿐이다.
오늘의 나는 분명 행복했다. 그냥 행복한 것이 아닌, 하늘을 날아갈 것만큼 행복했다. 하지만, 그 기저엔 계속 아쉬움이 깔려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마음 때문이겠지. '아쉬우니까 여행인 거야'라고 곱씹고 꼽씹어보지만, 오늘은 왜인지 싫다. 수긍하는 게 싫어서 그냥 있는 그대로 토라지기로 했다. 가끔은 그래야 사람 아니겠어? 언제나 이성적이고, 이상적이면 그건 AI지.
아쉬움이 세상을 지배하는 오늘. 삼 센티는 튀어나온 입술을 집어넣을 생각 없이 하루를 마무리해야겠다.
2023.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