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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람 Jan 18. 2023

아쉬우니까 여행인 거야

그래도 싫어


입술이 댓 발 나와도 이해해 주기

내게 아쉬움이란 감정은 오묘하다. 라면 세 봉지를 맛있게 끓여 먹고, 뒤늦게 저녁 반찬이 소고기인 걸 알게 된 기분이랄까. 결과가 있어야만 드러나는 감정이면서도, 대개 행복이 동반하는 순간 생기는 이상한 감정. 그게 내겐 아쉬움인 것 같다.


특히, 여행을 할 때면 늘 이 오묘한 감정이 튀어나온다. 분명 기간이 정해져 있는 걸 알면서도, 그에 맞게 최선을 다해 여행했음에도, 심지어는 "여기서 죽어도 여한이 없어!"라고 말하면서도 나타나는 아쉬움. 언제 어디서 생긴 건진 알 수도 없다. 그저 마음속으로 피어나는 먹먹함이 "나 지금 아쉬워"라고 말할 뿐이다.


오늘의 나는 분명 행복했다. 그냥 행복한 것이 아닌, 하늘을 날아갈 것만큼 행복했다. 하지만,  기저엔 계속 아쉬움이 깔려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마음 때문이겠지. '아쉬우니까 여행인 거야'라고 곱씹고 꼽씹어보지만, 오늘은 왜인지 싫다. 수긍하는  싫어서 그냥 있는 그대로 토라지기로 했다. 가끔은 그래야 사람 아니겠어? 언제나 이성적이고, 이상적이면 그건 AI.


아쉬움이 세상을 지배하는 오늘. 삼 센티는 튀어나온 입술을 집어넣을 생각 없이 하루를 마무리해야겠다.


2023.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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