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하거나, 그렇지 못하거나
보통의 나는 새로운 걸 좋아한다. 대개 사람들이 정의 내리는 새로움은 '완전히 없던 게 생겨나는 것'을 말한다. 2년이 넘은 낡은 핸드폰을 아이폰 14로 바꿨다거나, 생전 가보지 못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거나 하는 감정 말이다. 물론 나는 이것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새롭다는 것에 가장 적확한 상황이고, 이 모든 걸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사랑하니까. 하지만 말하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새롭다'는 뜻 안엔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오늘 나는 두 가지의 새로움을 경험했다. 하나는 위 설명처럼 완전히 없던 게 생겨난 것이고, 또 하나는 이와는 결이 조금은 다른 새로움이었다.
전자가 주는 새로움은 딱 절반을 잘라 반쪽은 설렘, 반쪽은 걱정 혹은 불안감으로 다가온다. 무에서 유가 되는 것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기 때문이다. 오늘의 내가 딱 그랬다.
우연이 겹치고 겹쳐 제3회 제주비엔날레 위성 전시관인 '미술관옆집'에서 사진작가로 참여하게 되었다. 모든 게 새롭고 아는 게 없어 설렜지만, 걱정이 많았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익숙지 않은 곳에서 짧은 시간 안에 적응하고, 녹아들어야 한다는 불안감이 컸다. 물론, 결과적으로 마음에 드는 사진을 꽤 많이 건졌고, 후회 없는 촬영이 되었다. 하지만, 이 또한 결과를 알기에 하는 말이겠다. 결국 반대의 상황이 되었다면 나는 좌절하고 새로운 것을 온전히 좋게만 받아들이진 못했을 테니까.
반대로 촬영을 잘 마치고 만난 두 번째 약속에선 위 상황과는 결이 조금 다른 새로움을 경험했다. 그건 익숙함과 편안함에서 오는 새로움이었다. 이미 내가 알고 있는 대상. 가령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사물이 될 수도 있겠다. 이미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익숙해진 대상에게 새로운 걸 발견할 때 느껴지는 순수한 설렘. 이것은 무에서 유를 만드는 불안감과 걱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온전함으로 다가온다. 나는 오늘 경험했다. 편안함 아래에서 들으면 들을수록 알게 되는 새로운 사실에 즐거움과 행복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는 걸.
새로운 것들이 주는 다양한 감정들을 사랑한다.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불안함과 걱정을 느꼈지만 결국 행복한 결과가 나오며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은 새로움도, 익숙하고 편안한 상황에서 즐거움이 느껴지는 새로움도 모두 사랑스럽다. 하지만, 나는 후자의 새로움을 더 사랑하기로 했다.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이 설렘을.
2023.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