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지 않는 것들
도전하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도 도전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게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는 것. 그것도 지극히 익숙한 것에서.
예를 들어 이런 거겠다. 배스킨라빈스를 가면 꼭 이상한 나라의 솜사탕과 엄마는 외계인을 먹는다. 카페를 가면 늘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치킨은 BBQ 황금올리브가 좋고, 라면은 늘 열라면을 먹는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남미를 여행했고, 하고 싶은 게 많다며 제주로 왔으면서 작은 곳에서의 변화는 그냥 어렵다.
가끔씩 그런 변화가 필요하다 느끼기도 한다. 딱 오늘이 그랬다. 늘 카페에 가면 메뉴판을 세심히 보다가 결국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내게 시즌 메뉴인 딸기라떼가 보였다. 보통이라면 고민하는 척하다가 결국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고 갈게요"라고 말할 나지만, 오늘은 왜인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저.. 딸기라떼 한 잔 마시고 갈게요"
해냈다는 표정과 함께 흐뭇한 미소로 자리에 앉은 나는 진동벨을 손에 쥔 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음료를 기다렸다. 지이잉, 지이이잉. 진동벨이 두 번 정도 울릴 때 벌떡 자리에 일어선 나는 내 '변화'를 받으러 픽업대로 향했다.
두꺼운 빨대 안으로 스며드는 달콤함이 좋았다. 딱 한 입. 그 순간만. 그 뒤로 먹는 두 입, 세 입은 글쎄? 호감도가 급격히 떨어진 어느 한 예능 프로그램만큼이나 별로였다. 그와 동시에 고소한 커피의 향과 씁쓸하지만 깔끔한 아메리카노가 생각이 났다. 결국 허겁지겁 딸기라떼를 비우고, 주문한 아메리카노 한 잔. 아이러니하게도 빨대 너머로 느껴지는 쓴 맛에서 나는 안온함을 느꼈다.
오늘을 통해 깨달은 한 가지. 도전하지 않았던 게 아니다. 분명 시도했고, 여러 번 좌절했다. 그런 숱한 경험을 통해서 취향이 확고해진 것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분명히 알게 된 지금. 굳이 새로운 걸 억지로 도전할 필요가 있을까. 익숙한 것을 더욱 사랑하고, 아껴주는 건 어떨까. 그리고 그 취향을 좀 더 단단히 굳혀 좋아하는 게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씁쓸하면서도 깔끔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좋아"
라고 말하는 건 어떨까. 익숙함이 소중해지는 오늘이다.
2023.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