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라파즈와 우유니
수다는 머나먼 기억까지 끄집어낸다. 오늘이 딱 그랬다. 점심과 저녁 밤낮없이 나눈 대화는 나를 2017년도로 되돌려놓았다. 지금 이맘때쯤으로 기억되는 그날의 추억 위로.
비가 조금씩 떨어지는 이른 점심시간. 나는 누나들과 점심 식사를 약속했다. 전날 무얼 먹을까 고민하고, 설날이라 여는 식당이 몇 없어 그중 괜찮은 곳 하나를 골라 열한 시 삼십 분까지 만나기로 했다. 제시간에 딱 맞춰 도착한 식당. 그곳엔 먼저 기다리는 둘째 누나가 있었고, 첫째 누나는 나보다 3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시작된 수다. 우리는 어제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짧은 대화 끝에 얼마 전 호주를 다녀온 첫째 누나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파니니와 샐러드를 먹으며 시작된 여행 이야기.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주황빛 호주의 이미지는 상상 속에서 왈츠를 춰댔다. 어디가 멋졌고, 어떤 추억이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 이는 나와 둘째 누나의 여행 이야기로 퍼졌다. 첫째 누나의 호주 이야기를 이어받아 먼저 시작된 둘째 누나의 일본 후쿠오카 여정기. 역시나 누나의 여행기는 유쾌했다. 그러면서 여행 이야기 중 어쩌다 나온 '화장실' 키워드에 나는 바통을 이어받았다. 2017년, 볼리비아 라파즈에서 '화장실' 때문에 비행기를 놓친 이야기를 시작으로 우유니까지 이어진 수다. 내게 삶의 전환점이었던 남미 여행이 수다를 통해 새록새록 기억되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수화기 너머로
오랜만에 좋아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 하고 있냐는 물음에 돌아오는 답은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를 보았다는 이야기였다. 세 명의 캐미가 돋보이는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기에 남미를 여행하는 그들이 부럽다는 생각과 함께 약간의 궁금증이 생겼다. 나는 곧바로 생각난 물음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지금 그 프로그램은 어디쯤 여행하고 있어?" 그리고 돌아온 답변은 "오늘이 마지막 회고 그들은 우유니를 여행했어"였다. 점심엔 화장실로 인해 기억난 볼리비아가 이번엔 TV프로그램을 통해 생생히 그려졌다. 아침의 모습도 대낮의 모습도, 저녁노을의 장면과 야경까지 다 보았던 나의 '우유니'가.
형형색색 분 단위로 바뀌는 모습, 그리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 그림 속으로 들어갔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던 그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경이로움에 눈물을 흘렸던 추억. 그때의 두근거림이 가장 포근한 순간, 찾아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1일의 남미 여행. 수다를 통해, 오늘을 통해 다시금 살아났다. 조만간 이때의 추억을 기록하고 싶다. 너무나도 즐거웠던, 눈물 나게 그립던 그 순간을.
2023.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