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사극 영화 만들기 4
‘시구문’을 처음 기획할 때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온 부분은, 보통 AI를 미래를 구현하는 도구로 쓰지만 이를 통해 과거를 구현해 보면 어떨까 하는 발상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지나 영상을 0부터 프롬프트로 만들어내려 하지만, 국가 유산 특히 ‘광희문’처럼 지금도 서울 한복판에 버젓이 남아 있는 대상의 경우는 다릅니다. 없는 것을 새로 만드는 대신, 이미 존재하는 사진을 바탕으로 AI로 시간을 되돌리는 작업을 시도해보고 싶었습니다.
남아 있는 것을 AI를 통해 다시 재창조한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에서 촬영이란 단순히 보이는 그대로 담는 것이 아니라, 조명·연기·연출을 더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이죠. 그렇다면 AI로 촬영한다는 건, 없는 것을 그려내기보다 있는 것을 찍어내는 데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관심을 가진 ‘국가 유산’은 AI 영화의 본질적 시도에 적합한 소재라고 느꼈습니다.
영화와 AI가 만나는 지점
영화는 우리 삶을 그대로 담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수많은 ‘거짓말’을 통해 자연스러움을 연출합니다. 관객은 그 사실을 모르게 교묘히 이어 붙인 결과에 몰입하게 되죠. 저는 이번 ‘시구문’ 작업에서 AI 영화 역시 이런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광희문’은 특별히 매력적인 소재였습니다. AI로 없는 이야기를 꾸며내는 대신, 실제로 존재하는 대상을 다룬다면 오히려 영화의 본질에 더 다가갈 수 있다고 본 겁니다. 여기에 실제 배우의 얼굴을 입혀 AI 특유의 인조적인 질감을 덜어내려는 시도도 했습니다.
광희문은 그 자리에 묵묵히 서 있으면서도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늘 보던 문이었지만, AI를 매개로 삼으니 새삼 귀 기울여 보게 되었습니다. AI는 인간이 쉽게 상상하지 못했던 부분을 상상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발판이 되고, 그 상상을 연출로 구체화하는 건 결국 인간의 몫입니다. 이번 작업에서 제가 크게 깨달은 점은, 내 파편적인 생각들을 AI가 연결해 주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내가 찾은 AI 영화의 의미
많은 이들이 AI로 화려하고 신기한 콘텐츠를 만들어내지만, 저는 그런 재주가 없습니다. 대신 영화를 공부해 온 사람으로서, AI가 영화에 진짜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일지 고민해 왔습니다. ‘시구문’의 첫 시도는, 관객이 영화에 몰입하고 감정이입할 수 있는 이유를 찾아내고, 그것을 AI 영화에 적용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제가 이번 작업에 직접 설계한 AI 워크플로우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번 주 '서울 국제 AI 필름 페스타' 코엑스에서 '시구문'이 대상 수상작으로 상영됩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오셔서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