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란 무엇일까?
팩트 만능주의에 빠지지 않기 위해 필요한 심리학
"팩트체크 해봤어요?"
"이거 팩트냐?"
"ㄹㅇㅍㅌ ㅂㅂㅂㄱ"
팩트는 어느샌가 일상 속에 자리 잡힌 단어이다.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사실만 받아들이고,
거짓 정보는 걸러 듣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다.
그러나 이 팩트 만능주의 세상에서 착각하면 안 되는 것이 있다.
팩트는 객관적으로 존재하지만,
팩트의 가치는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달라진다.
팩트의 기원과 사전적 의미부터 살펴보자.
라틴어 factum에서 유래된 팩트(fact)는
영어에 많은 파생 단어들을 ‘만들었다’.
초콜릿 공장(factory)은 초콜릿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차량이 생산(manufactured) 되는 것은 차량이 만들어지는 공간을 뜻한다.
생산(manufacture)이라는 뜻은 의류나 신발 같은 것들이 수작업으로 대량 생산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말한다.
팩트는 ‘이미 만들어진’, ‘행해진’, ‘일어난 일’이니 ‘실재’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무엇인가에 대해 팩트라는 것은 실제 세상에서 일어나거나 행해진 일을 말한다.
팩트는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된다.
우선 과학이나 법률에서 사용이 되며
팩트는 반드시 이미 일어난 일이어야만 한다.
인류학에서 artifact는
인간의 기술이나 노하우로 만들어진 것을 말한다.
그 물건들이 탄생된 문명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어서
인류학 발전의 귀중한 자료가 된다.
일상 속에 예시를 들어보자.
내가 어젯밤에 잠을 잔 것은 팩트이다.
이미 일어난 일이니까.
하지만,
오늘 밤에 내가 잠을 잘 것이라는 말은 팩트가 아니다.
나는 분명 오늘 잠을 잘 것이고,
어제도 잠에 들었고, 그저께도, 일주일, 10년 전에도 나는 밤에 잠을 잤다.
그러나 오늘 밤의 수면은 이미 일어난 일이 아니기 때문에 팩트가 아니다.
그래서 우리가 팩트냐 아니냐를 따질 때는
이미 일어난 일에 한정하여 논의해야 한다.
한미정상회담이 있었던 것은 팩트다.
2023년 4월 26일 워싱턴 선언이 있었던 것도 팩트다.
그러나,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성과에 대한 주제는 팩트 논의에서 즉시 벗어난다.
왜냐하면 '성과'라는 것은 과거에 일어난 일이
현재와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현재'와 '미래'는 팩트에서 다룰 수 없는 영역이다.
현재와 미래에 대한 가치는 개인의 주관성이 담길 수밖에 없다.
팩트의 가치는 해석하는 사람의 마음, 즉 그 사람의 심리에 대한 영역이다.
그래서,
방송국이나 여러 채널에서 언급하는 '팩트체크'라는 것은
그 방송국 또는 채널의 주관적인 생각을 뒷받침할 근거의 모음집일 뿐이란 것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
오로지 팩트만 원하면 chatGPT에 물어보는 게 더 낫다.
조금 더 쉬운 일상 속의 예시를 들어보자.
우리나라의 치킨집 숫자는 단연 전 세계 최고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2021년 기준 28,627개이다.
(비교: 맥도널드 전 세계 가맹점 수는 약 35,000개)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치킨 전문 프랜차이즈 가게의 숫자는 28,627개이다"
"한국은 치킨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중에 하나다"
이 말들은 팩트이다.
그러나,
"치킨 프랜차이즈의 성장이 음식의 다양성을 헤친다"
"치킨은 과연 한식인가?"
"멈출 줄 모르는 치킨 가맹점 수의 증가, 외식 산업에 득실은?"
이 말들은 팩트와 상관이 없다.
치킨 산업에 대해서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왜 바라볼지를 정하는 일.
팩트에 담긴 정보에 대한 가치를 읽어내는 일은 그 사람의 마음에 달려있다.
이렇게 간단한 구분만 하더라도
일상 속에서 접하는 수많은 이슈와 정보들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내 생각이 담겨야 하는 순간에도
팩트를 찾자며 노력하는 실수를 방지한다.
데이터에서 팩트와 마음을 구분하는 법.
팩트 만능주의에서 살아남는 무기를 갖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