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준선 May 27. 2023

심리학의 역사: 현대

과학만능주의 세상. 근데 과학이 뭐죠?

현미경, 망원경과 같은 각종 도구가 발명되면서 과학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멀리 별을 관찰하고, 

뉴턴의 머리에 떨어졌던 사과(실제로는 아니라고 함)를 잡아당기는 

중력의 힘을 계산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은 ‘보고’, ‘듣고’, ‘만지고’ 등의 신체적 감각에 의존한다. 

거기서 얻었던 경험적 정보들을 

발달된 과학적인 도구로 재확인해보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렇게 물리적인 영역에 속하는 생물학, 해부학, 의학도 발전했다. 

근대 사회에서는 아프면 머리에 구멍을 내어 피를 뽑아냈다. 

그 당시에는 그게 과학이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맹장 수술 정도는 이제 수술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

과학이 얼마나 멋지게 발전했는지는 누구도 반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있다고 만지고, 보고, 들을 수 없는 마음은 어떨까?


마음을 정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워 하지만, 

그래도 쇠구슬을 10m 높이에서 떨어뜨렸을 때 다시 튀어 오르는 높이를 구하는 그런 방식과는 

다른 연구 방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은 마음을 탐색하는 방법을 개발하기 너무 힘들었는지, 

이 마음이라는 것을 탐색하기 위해 물리학적, 해부학적 탐구 방법을 빌려오게 된다. 


마음이 어떤 모양으로 생겼고, 

어디에 위치해 있고, 

어떤 자극을 주면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에 대한 물음 던져 답을 찾으려 애썼다. 


여기서의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바로 

“사람은 사람마다 다르다”라는 개념을 놓쳤다는 것이다.


만약 외계인이 인간이라는 한 포유류 종으로서 연구한다면, 

기존의 접근 방식은 어느 정도 괜찮을 지도 모른다. 

"'인간'은 슬프면 눈물을 흘리는군"

"'인간'은 배고프면 예민해지는군"

"'인간'은 IQ가 높을수록 당장의 이익을 잘 참는군"

등의 연구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같인 종의 강아지들만 봐도 그 성격이 다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안다. 


예를 들면, 레트리버 종은 주로 순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100마리 레트리버가 모이면 

그 100마리마다 성격이 조금씩 다르다. 

사나운 레트리버도 있고

착한 레트리버도 있고

사람을 싫어하는 레트리버도 있다

하물며 70억 인간은 얼마나 다양할까? 


심리학은 개개인에게 있는 다양한 마음이 무엇이고

그것이 나의 생활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심리학이 이때까지 이것을 놓쳐왔던 것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비판보다는 변호를 해주고 싶다.


인간이 인간의 심리를 연구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강아지가 강아지를 연구한다고 상상해 보자. 

그 그림이 너무 웃기면서도, 실로 대단한 일이기도 하다. 


어쨌든 고전역학과 같은, 

해부학과 같은 식의 접근은 

마음을 연구하는 데에 한계를 나타냈다. 


그런 막막함 속에서 막연히 

“심리 분야를 더 세분화하면 자세하고 좋은 거 아닌가요?”라는 논리로 

'발달심리', '아동심리', '인지심리', 심지어는 '범죄심리' 등으로 학문을 쪼개왔다. 


결국 심리학은 뭐 하는 거예요? 

하면 전공자들조차도 “심리학 하지 마~” 하며 자신도 모른다는 표현을 애써 아닌 척 말을 한다. 

이렇게 심리학이 길을 잃고 헤매는 시간 동안 

몸을 연구하는 의학이 그 지위를 조금씩 장악해 왔고 

‘마음 = 뇌’라는 공식이 자리 잡았다. 


그래서 ‘스트레스’나 ‘심적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철저히 몸에 의한, 몸을 위해 만들어진 병원을 가서 

약을 받아먹는 시대에 살게 됐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