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진정한 나를 마주하는 용기에서 나온다
수진은 가족과 직장에서 항상 중재자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녀는 특별히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누구와도 잘 지냈고, 큰 문제없이 일과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그녀로 인해 갈등이 발생하는 일은 거의 없었고, 가정에서는 부모님과 형제들 사이의 다툼을 무마시키는 역할을 자연스럽게 맡아왔습니다. 이런 역할이 익숙해진 수진은 겉으로 보기에 평온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수진은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무언가 빠져나간 듯한 공허함이 밀려왔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도 늘 남들의 의견에 맞추기만 했고, 직장에서도 자신의 진짜 생각보다는 남들이 원하는 방향에 맞춰 행동했습니다.
수진은 자신이 점점 더 지쳐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항상 타인의 요구와 기대를 우선시하는 삶을 살다 보니, 아무도 그녀에게 감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녀는 그저 조용히 중간에서 역할을 다하는 사람으로만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수진은 갑작스럽게 억울함이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왜 나는 항상 손해 보며 살아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자 곧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한참을 씩씩거리며 화를 삭이던 수진은 시간이 지나면서 죄책감이 몰려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수진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차분하게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적어 내려 갔습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이 느끼는 공허함의 원인을 깨달았습니다. 수진은 그저 겉으로만 평화를 유지하려 했을 뿐, 진정한 자신의 감정이나 욕망과는 마주하지 못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 것입니다. 그녀는 남들과의 경쟁심도 있었고, 시기심도 느끼고 있었습니다. 누구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었고, 그런 나보다도 더 잘 나가는 남자친구를 갖고 싶은 욕망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명품 가방 한 개 정도는 고민없이 자신에게 선물할 수 있는 여성이 되고 싶었습니다. 이런 욕망이 깊이 숨겨져 있었지만, 그것을 드러내는 일이 두려웠던 것입니다.
그 후 수진은 작은 변화부터 시작했습니다. 직장에서는 처음으로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표현했습니다. 그녀의 바뀐 태도에 주변 동료들은 조금은 놀랜 기색이었지만, 이제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가정에서도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자신의 감정과 바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차 자신의 진짜 욕망을 마주하고 표현하면서 내면의 평화를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막연히 두려워했던 갈등이나 불화는 예상과 달리 크게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Happiness is not something that exists solely in harmony, but begins with the courage to face one's true self
- Alfred Adler -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자기 수용(Self-Acceptance)이라고도 합니다. 이는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포함한 모든 면을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수진의 변화는 자기 수용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긍정적 결과로, 외부의 기대에만 맞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진정한 욕망과 감정을 받아들이고 표현함으로써 내면의 평화를 찾는 모습입니다.
자기 수용은 마음 건강에 필수적인 자세입니다. 자기 수용을 잘하는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덜 받고, 긍정적인 자아 존중감을 유지합니다. 한 연구에서는 자기 수용이 높은 사람들은 삶의 전반적인 만족도가 높고, 우울증이나 불안과 같은 정신적 고통을 덜 겪는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의 욕망을 찾고 뚜렷하게 발산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입니다. 특히, "중간만 가자", "쟤는 왜 저렇게 나대?"와 같은 분위기에서 자란 수진의 세대에게는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속내를 있는 그대로 마주한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이제 남은 문제는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을 얼마나 더 이해하고 또 충실히 살아가느냐겠죠. 불쑥불쑥 착한 사람 또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핑계 뒤에 숨어버리고 싶은 유혹을 견뎌내면서 말이죠.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 1870-1937)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명한 심리학자로, '개인 심리학'이라는 독창적인 이론을 만들었습니다. 아들러는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며 느끼는 열등감이 중요한 동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즉, 사람들은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면서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발전하려 한다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때로는 실패와 좌절을 겪을 수 있지만, 아들러는 이를 성장과 자기 실현을 위한 필수적인 단계라고 보았습니다.
아들러는 또한 인간을 사회적 존재로 이해했습니다. 그는 개인의 심리적 건강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즉 사회적인 상호작용에 크게 좌우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목표를 설정하고,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고 소통하면서 그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행복과 성취감을 느낀다는 것이죠. 이런 아들러의 생각은 오늘날의 심리 치료와 상담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Reference
Waterman, A. S. (1993). Two conceptions of happiness: Contrasts of personal expressiveness (eudaimonia) and hedonic enjoyment.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4(4), 678–691.
MacInnes, D. L. (2006). Self-esteem and self-acceptance: An examination into their relationship and their effect on psychological health. Journal of Psychiatric and Mental Health Nursing, 13(5), 483-4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