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은 여정이지 목적지가 아니다.
정우는 지방에서 혼자 서울로 올라와 직장을 다니는 30대 중반의 직장인입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첫 자취방을 구하면서 모든 일을 혼자 해야 했습니다. 저축, 적금, 월세, 휴대전화 요금, 식비 등 모든 일을 신경 써야 했고, 그래서인지 정우는 "내가 해야 할 일인가 아닌가"라는 기준으로 구분하며 살아왔습니다. 하겠다고 결정했으면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그에게 모든 일은 목표였고, 그 목표를 완벽하게 성취하는 것이 곧 성공이자 행복이라고 믿었습니다.
어느 날 정우는 회사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게 됩니다. 그는 언제나처럼 최고의 결과를 내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밤낮없이 일에 몰두하며, 친구와의 약속을 취소하고 연인과의 데이트도 미루며 자신의 일에 집중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일중독자라고 걱정했지만, 정우가 일에 열심히인 것은 "내가 한다고 했으니 한다"는 간단한 이유 말곤 없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정우는 묘한 공허함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일이 끝나고 혼자 집에 돌아오면 알 수 없는 허전함이 그를 감쌌습니다. 평소 같으면 칼퇴를 만끽하며 아껴놨던 영화를 틀고 가장 좋아하는 과일 맥주를 찾았을 텐데 말이죠. 그는 완벽을 추구하며 달려왔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한 책에서 아서 애시의 명언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성공은 여정이지 목적지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결과보다는 그 과정을 밟는 것이다." 이 문장을 읽은 정우는 이 뜻을 곧바로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과정을 즐긴다...? 과정을 즐겨도 결과가 나쁘면 그게 무슨 소용이지?"
정우는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정우는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을 성과를 내기 위한 과제로 여겨왔고, 그 과정에서 진정한 즐거움이나 열정을 느끼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에게 남은 것은 일시적인 성취감과 피로뿐이었습니다. 물론 회사 내에서의 신뢰와 인정은 두터워졌지만요.
연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상대방의 감정을 읽고, 적절한 타이밍에 행동하며, 대화를 이끌어가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마저도 체계적으로 처리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연인과의 만남도 또 하나의 일이 되어버린 듯한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취미 생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항상 "이 취미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가?"를 고민했고, 그 결과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도 처음에는 즐겼지만, 곧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세우며 학습처럼 접근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취미조차 그에게는 또 다른 업무가 되었습니다.
생각을 정리한 이후에도 정우의 머릿속엔 물음표가 가득했습니다.
Success is not a place at which one arrives but rather the spirit with which one undertakes and continues the journey
- Alex Noble -
정우와 같은 심리를 가진 사람은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기는 쉽지만, 자신에게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찾아내기 어려워합니다. 왜냐하면 일의 결과가 아닌 과정을 즐기라는 말조차도, 또다시 해내야 하는 일처럼 받아들이기 때문인데요. 심리학적인 용어로 다시 설명하면, 정우는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을 통한 경험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는 그 활동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나 만족감에 의해 행동을 지속하는 동기를 말합니다. 반면, 외재적 동기(extrinsic motivation)는 보상, 인정, 성취와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 행동을 촉발시킵니다. 내재적 동기가 강한 사람들은 일 자체를 즐기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피로감이나 스트레스가 적습니다.
주어진 일을 잘 해내는 것은 분명 중요한 능력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진정한 '장인'의 경지에 도달하기는 어렵습니다.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정확하게 돈을 세는 은행원이나, 동시에 여러 개의 라면을 끓이는 생활의 달인처럼 말이죠. 이들은 그들이 맡은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는 성취감은 주어진 과제를 끝냈다는 만족에 그칠 수 있습니다.
장인의 길은 그보다 더 깊은 곳에 있습니다. 단순히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임무를 부여하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능력에서 비롯됩니다. 똑같은 작업일지라도,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과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일은 심리적으로 완전히 다른 경험을 제공합니다. 스스로 설정한 목표에서는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으며, 그 즐거움이야말로 장인이 되는 길을 걷는 핵심입니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여유와 깊이 있는 몰입이 '달인'과 '장인'을 가르는 중요한 차이점입니다.
정우가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의 여정은 달라질 것입니다. 단순히 주어진 일에 만족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 과정 속에서 진정한 장인의 길을 걸을 것인지. 그 선택은 정우 자신만이 내릴 수 있는 결정입니다. 결과는 그 선택의 연장선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겠죠.
아서 애시(Arthur Ashe)는 미국의 전설적인 테니스 선수이자 인권 운동가로, 흑인으로서 최초로 US 오픈(1968), 호주 오픈(1970), 그리고 윔블던(1975)에서 우승한 인물입니다. 그는 뛰어난 테니스 실력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특히 흑인 선수가 주요 대회에서 우승하는 이정표를 세우며 스포츠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애시는 테니스 선수로서의 성공을 넘어서, 인권 운동에도 적극 참여했습니다. 그는 인종 차별에 맞서 싸우며,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비판하는 등 사회 정의를 위해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의 활동은 단순히 스포츠계에서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적 문제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그는 흑인 선수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상징적 인물로 자리 잡았습니다.
1980년대에 심장 수술 중 수혈로 인해 HIV에 감염된 애시는, 1992년 감염 사실을 공개하고 에이즈 인식 캠페인에 앞장섰습니다. 그는 사망 전까지 HIV 감염자들의 권리와 존엄을 옹호하며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애시는 자신의 삶을 통해 성공이 단순히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더 큰 의미가 있다는 메시지를 남긴 인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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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lach, C., Schaufeli, W. B., & Leiter, M. P. (2001). Job burnout. Annual Review of Psychology, 52(1), 397-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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