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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준선 Oct 24. 2024

[명언 속 심리학] 칼 로저스

내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변화할 수 있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나는 왜 이렇게 예민할까?’ 사람들 앞에서 갑자기 불안해지거나, 다른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는 작은 일에도 마음이 쉽게 흔들리는 경험, 아마 여러분도 있으실 거예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감정적으로 예민한 친구 소영의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요즘 소영이 느끼는 불안과 고민,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되었는지 함께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내가 혹시 성인 ADHD나 우울증일까?"

소영은 예민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친구들이나 가족과 함께 있을 때는 편안했지만,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새로운 환경에 가면 금방 긴장하고 불안해지곤 했죠. 그러던 어느 날, 소영은 자신의 이런 성격이 단순한 예민함을 넘어선 문제가 아닐까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소영은 뉴스와 기사에서 성인 ADHD와 우울증에 관한 내용을 접했습니다. 수많은 유튜브에서 말하길, 예민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쉽게 불안해하는 것이 ADHD나 우울증과 증상일 수 있다고 하죠. 그러한 유튜브를 접한 후, 비슷한 콘텐츠가 알고리즘에 의해 쏟아졌고 소영은 내가 정신병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더욱 커졌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예민할까? 혹시 나도 성인 ADHD가 있는 걸까?"
"나만 이렇게 자꾸 불안해지는 거면 우울증인가? 나도 병원에 가봐야 하나?"


소영은 인터넷 검색을 하며 성인 ADHD와 우울증의 증상을 하나하나 확인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집중력이 떨어지고 불안감이 심한 자신이 혹시 이 두 가지 질환 중 하나를 앓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더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불편한 자리에서 느끼는 불안

그러던 중, 소영은 가족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평소에는 사촌들과 편하게 대화하곤 했지만, 이번 모임에는 사촌들의 친구들까지 와서 새로운 사람들이 많았죠. 그 낯선 자리에서 소영은 또다시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과 대화에 쉽게 끼어들지 못했고, 그럴수록 자책하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결국 소영은 모임에서 도망치듯 밖으로 나왔습니다.


밖으로 나온 소영은 마당에서 혼자 생각에 잠겼습니다. ‘내가 왜 이렇게 불안할까? 역시 기사에서 본 것처럼 문제가 있는 걸까?’ 자꾸만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았습니다.


그때, 소영의 사촌 지혜가 다가왔습니다. 평소 소영과 가깝게 지내던 지혜는 소영의 감정 변화를 빠르게 눈치채고는 조용히 다가와 물었습니다.


"괜찮아? 무슨 생각해?"


소영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습니다.


"응... 그냥, 내가 너무 예민해서 이런 자리에서 편하게 있을 수가 없어. 요즘 뉴스에서 성인 ADHD나 우울증에 대해 봤는데, 나도 그런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


지혜는 소영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습니다.


"소영아, 그 기사들이 네 마음에 불안감을 주는 것 같네. 물론 건강에 대해서 신경 쓰는 건 중요해. 하지만 꼭 진단을 내리기 전에, 너 스스로의 감정을 먼저 이해해 보면 좋겠어. 예민한 건 네가 타인의 감정이나 분위기에 더 깊이 반응할 수 있다는 의미일 수 있어. 그걸 억누르려 하기보다, 그 감정이 네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해 봐."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받아들이기

소영은 지혜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자신이 예민함을 문제로만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그 예민함이 타인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고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일 수 있다는 말에 조금 위로가 되었습니다. 지혜는 이어서 말했습니다.


"너는 다른 사람보다 감정을 더 깊이 느끼는 사람이야. 그게 나쁜 게 아니고, 오히려 그 덕분에 네가 사람들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세심하게 배려할 수 있는 거야. 그 감정을 억누르려고 하지 말고 그냥 인정해 봐. 긴장하고 불안해하는 것도 네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잖아."


그 말을 들은 소영은 그동안 자신의 예민함이 문제라고만 생각했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기사에서 본 내용을 떠올리며 더 깊이 불안에 빠졌던 이유도, 결국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지 못해서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소영은 자신이 불안해지고 예민해지는 순간을 억누르려고 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대신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안에서 성장하는 방법을 찾고자 했습니다.


The curious paradox is that when I accept myself just as I am, then I can change.

- Carl Rogers -
흥미로운 역설은 내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의 거장 칼 로저스는 그의 이론에서 중요한 개념인 자기 개념(Self-concept)은 우리가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설명합니다. 자기 개념과 현실의 나 사이에 불일치가 클수록 심리적 고통이 생기며, 이 불일치를 줄이기 위해 자기 수용(Self-acceptance)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자신을 수용하지 못하면, 변화하려는 시도가 억압된 자아를 더 강하게 만들 뿐, 진정한 변화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다양한 심리학 연구는 자기 수용(self-acceptance)이 높은 사람들이 더 높은 자존감과 더 낮은 우울증, 불안증을 겪는다고 말합니다.


다시 소영의 이야기로 돌아가봅시다. 

며칠 후, 소영은 친구들과의 작은 모임에 갔습니다. 그 자리에도 낯선 사람들이 몇 명 있었지만, 이번에는 감정을 억누르려 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긴장이 됐지만, 그 긴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로 했죠. 마음을 억누르지 않으니 대화 중에 상대방의 표정과 말투가 더 잘 보였습니다. 친구들은 소영이 그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걸 보고 놀라워했죠.


소영은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긴장하고 예민한 것이 자신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타인을 더 잘 이해하고, 상황을 세심하게 파악할 수 있는 힘이 된다는 사실을요.


"내 감정은 나의 힘이야"

그날 밤, 소영은 혼자 생각했습니다.


"예민하고 불안한 것도 내가 가진 능력이구나. 그 감정이 나를 방해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나를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람들과 소통하게 만들어주고 있어."


이후로 소영은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려고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그 감정을 인정하고, 다스리는 법을 배워가며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더 깊이 소통할 수 있게 되었죠. 그녀의 예민함과 불안은 이제 타인과의 관계에서 소중한 힘이 되었고, 그 감정을 통해 더 깊은 이해와 소통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불안을 다스리는 법: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소영의 이야기를 통해 깨달은 점은, 우리의 예민함이나 불안감이 결코 약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건강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감정적인 반응이 곧 정신과적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죠.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그 감정을 다스리며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첫걸음일 수 있습니다. 불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내가 가진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습니다. 수용하는 건 수용하는 거고, 내가 가진 문제는 문제이죠. 즉, 개별적인 사안이란 뜻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과 예민함도 자신만의 특별한 능력으로 받아들이면, 그것이 더 큰 힘이 될 수 있음을 소영의 이번 경험을 통해 배운 것 같네요. 




칼 로저스(Carl Rogers, 1902-1987)는 미국의 심리학자로, 인본주의 심리학의 창시자 중 한 명입니다. 그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선하고, 스스로 성장하고자 하는 자기실현(self-actualization)의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로저스는 특히 인간중심 접근법(Person-Centered Therapy)을 개발하여 심리 치료의 혁신을 이끌었습니다.


그의 주요 이론은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Unconditional Positive Regard), 공감적 이해(Empathic Understanding), 진정성(Congruence) 등으로, 치료자가 내담자를 비판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진정성 있게 그들을 이해하고 수용함으로써 내담자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입니다.


로저스는 인간의 자기 이해와 수용이 심리적 성장과 변화의 중요한 출발점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현대 심리학과 상담 이론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Reference

     Neff, K. D., & Vonk, R. (2009). Self-compassion versus global self-esteem: Two different ways of relating to oneself. Journal of Personality, 77(1), 23-50. 

     MacInnes, D. (2006). Self-esteem and self-acceptance: An examination into their relationship and their effects on psychological health. Journal of Psychiatric and Mental Health Nursing, 13(5), 483-489. 

     Williams, M. J., Stark, S. K., & Foster, E. E. (2018). Positive change: Self-acceptance and personal growth. The Journal of Positive Psychology, 13(1), 16-25. 

     Shenk, C., & Fruzzetti, A. E. (2011). The impact of self-acceptance on interpersonal relationships and emotional regulation. Journal of Family Therapy, 33(2), 147-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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