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준선 Oct 18. 2024

[명언 속 심리학] 대니얼 케네먼

변화는 고통스럽지만, 후회하는 것보다는 덜 고통스럽다

민수는 오늘도 어제와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냈습니다. 특별히 힘든 일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기쁘거나 의미 있는 순간도 없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그저 하루를 견디는 기분이었고, 시간이 가는 대로 그냥 흘러갔습니다.


저녁이 되면 민수는 늘 같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오늘도 그냥 지나갔구나." 


후회와 무력감이 뒤섞인 감정이 그를 괴롭혔습니다. 어제도, 그 전날도 똑같이 보냈다는 걸 알면서도, 또 아무것도 바꾸지 않은 채 하루가 끝나버린 것입니다. 변화를 생각해 본 적은 있었지만,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시간이 흘러가는 게 더 익숙했습니다. 뭔가를 바꾸는 것은 두렵고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다 민수는 아주 작은 것부터라도 변화를 시도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출근길에 새로운 길로 가보거나, 점심시간에 잠깐 산책을 하는 것, 퇴근 후에는 새로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작은 변화들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작은 변화들이 쌓여갔고, 민수가 느끼던 무기력감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하루를 그저 흘려보내는 기분에서 벗어나 조금씩 삶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자 그 작은 변화들조차 민수에게 부담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졌고, 더 이상 신선함보다는 피로감이 쌓여갔습니다. 매일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것이 귀찮아지기 시작했고, 익숙한 루틴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결국 민수는 그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다시 예전의 방식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는 다시 무기력한 일상 속에 빠져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예전처럼 게으르게 시간을 보내고, 밤이 되면 또다시 후회가 몰려왔습니다. 


Changing is painful, but not as painful as staying stuck somewhere you don’t belong.

- Daniel Kahneman -


이렇게 후회하는 삶은 인간에게 어떤 심리적 영향을 끼칠까요? 


심리학은 후회가 심리와 신체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면, 후회를 자주 하면 스트레스 지수가 35% 더 높아지고, 삶의 만족도는 20%가량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또한 심장 질환을 겪을 확률은 30% 더 높으며, 수면장애를 겪을 확률은 52%나 높다고 합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연구에서는 아래 두 가지 후회를 비교했습니다. 

행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inaction regret)

잘못된 행동에 대한 후회(action regret)


결과는, 연구 참여자 중 72%가 행동하지 않은 선택에 대한 후회를 더 자주 떠올린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잘못된 행동(action regret)에 대한 후회는 28%에 그쳤습니다. 그만큼 하지 않는 것에 대한 후회를 더 아쉬워했다는 말이죠.


다시 민수의 이야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이러한 시도와 포기가 반복되는 몇 주가 지나고 나서야 민수는 깨달았습니다. 변화는 분명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후회 속에 머물러 있던 날들의 고통에 비하면 그리 크지 않았다는 것을요. 


이후의 민수의 삶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한 마디의 말로 자신의 삶이 180도 바뀔 수 있다면, 애초에 이런 힘듦을 겪을 필요도 없었을 테니까요. 그러나 그가 경험으로 얻은 '변화보다 후회가 더 고통스럽다'는 깨달음은, 진정한 변화를 위한 준비 운동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대니얼 캐네먼(Daniel Kahneman)은 이스라엘계 미국인 심리학자이자 경제학자로,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중 한 명입니다. 그는 인간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 감정이나 인지적 편향에 영향을 받아 비합리적인 선택을 자주 한다는 것을 밝혀냈으며, 이를 통해 전통 경제학의 합리적 인간 모델을 재정의했습니다. 그의 대표적인 연구인 **프로스펙트 이론(Prospect Theory)은 사람들이 손실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이익을 얻으려는 욕구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설명하며,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캐네먼의 연구는 경제, 심리학뿐만 아니라 경영, 금융,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의 이론은 인간의 선택과 행동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으며, 오늘날 행동경제학과 행동 금융학의 기초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Reference

Van Dijk, E., & Zeelenberg, M. (2005). The psychology of regret and decision making under uncertainty. Cognition and Emotion, 19(3), 312-329.

Roese, N. J., & Summerville, A. (2005). What we regret most... and why.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31(9), 1273-1285.

Gilovich, T., & Medvec, V. H. (1995). The experience of regret: What, when, and why. Psychological Review, 102(2), 379-395.

이전 04화 [명언 속 심리학] 에픽테토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