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에 있다
현우는 대학 졸업 후, 꿈꾸던 직장에 입사하기 위해 여러 기업에 지원서를 냈습니다. 하지만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며, 이력서를 보낼 때마다 돌아오는 것은 불합격 통지였습니다. 처음에는 큰 좌절감에 빠졌습니다. 친구들은 하나둘씩 취직에 성공하는데, 자신은 마치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고 있는 느낌이 들었죠. 회사라는 틀에 자신을 맞춰야 한다는 강요가 불편했고, 무엇보다 자신의 자유로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는 구조가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나마 면접에서 창의성을 강조할 때마다, 면접관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을 보내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당황스러웠죠.
현우는 때로는 싸구려 위로에 기대보기도 하고, 술이나 게임으로 좌절을 잊어보려 애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일 뿐, 자신만 뒤쳐진다는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았습니다. 세상은 앞서 나가고 있는 것 같은데, 자신만 제자리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몇 달 후, 현우는 문득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회사라는 고정적인 틀에 맞지 않는 사람일지도 몰라."
어쩌면 자신은 호기심이 많고 창의적인 일을 즐기는 성향인데, 그 성향을 억누르고 회사의 틀에 맞추려 했던 것이 문제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제서야 취업 실패는 나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단순히 회사에서의 성공이 유일한 목표는 아닐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이 생긴 것이죠.
현우는 그날부터 프리랜서 시장을 탐색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들 중에서 자신의 롤모델이 될 사람들을 찾았습니다. 스스로도 프리랜서로서 활동을 시작하며,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일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회사에서의 틀에 갇히기보다 스스로 일을 선택하고 개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선 것이죠.
이렇듯, 현재의 사건을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가짐을 바꾸는 상담 기법을 인지 행동 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라고 합니다.
CBT에서 사용되는 대표적인 기법 중 하나는 재구성(Reframing)입니다. 예를 들어, 취업 실패라는 사건을 두고 "나는 능력이 없어서 실패했다"라는 부정적 사고를 가지는 대신, "이 실패는 내가 더 나은 기회를 찾기 위한 경험일 뿐이다"라는 긍정적 사고로 바꿉니다. 이를 통해 사건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지며, 그에 따라 느끼는 감정과 행동도 바뀝니다.
CBT는 실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입증되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CBT를 받은 사람들 중 60-70%가 우울증 개선을 경험했으며, 불안 장애 환자들 중에서는 80% 이상이 불안 수준이 크게 감소했다고 합니다. PTSD를 겪는 사람에게도 탁월한 효과를 보였습니다.
It's not what happens to you, but how you react to it that matters.
- Epictetus -
현우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지금보다 더 큰 실패를 맛볼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마음가짐을 바꾼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 현우와 같은 젊은이들이 실패를 연료 삼아 도약할 때, 우리는 그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겠죠.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은, 현우가 회사에 들어가지 못한 것을 단순히 실패로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실패를 통해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다시 생각해 보고, 새로운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은 발상의 전환. 취업에서 불합격했다는 객관적인 사실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변한 것은 그 실패를 해석하는 현우의 마음가짐이었죠. 실패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을 때, 현우의 인생 방향도 함께 바뀐 것입니다.
에픽테토스(약 55~135년)는 고대 그리스의 스토아 철학자 중 한 명으로, 노예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훗날 자유를 얻어 큰 철학적 영향을 미쳤다. 그는 철학을 단순한 지식이 아닌 삶의 실천으로 여겼으며, 인간의 행복은 외부적인 것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내면의 태도와 통제 가능한 것들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에픽테토스는 특히 인간이 자신의 감정과 반응을 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남긴 유명한 말 중 하나는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사물 자체가 아니라, 그 사물에 대한 우리의 판단이다"라는 문구다. 그는 외부의 사건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며,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우리의 반응이라고 보았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마음의 평정과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면의 태도를 가다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쳤다.
그의 가르침은《엥케이리디온(Enchiridion)》이라는 간략한 철학적 안내서에 담겨 전해졌다. 이 책은 에픽테토스의 제자인 아리안이 편집한 것으로, 일상적인 상황에서 스토아 철학을 실천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에픽테토스의 사상은 이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같은 로마 황제나 기독교 초기 사상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오늘날에도 자기 계발과 심리학적 통찰을 찾는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영감을 주고 있다.
Reference
Beck, A. T., Rush, A. J., Shaw, B. F., & Emery, G. (1979). Cognitive therapy of depression. Guilford Press
Hofmann, S. G., Asnaani, A., Vonk, I. J., Sawyer, A. T., & Fang, A. (2012). The efficacy of cognitive behavioral therapy: A review of meta-analyses
Bradley, R., Greene, J., Russ, E., Dutra, L., & Westen, D. (2005). A multidimensional meta-analysis of psychotherapy for PTS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