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분위와 소득구간으로 알아보는 나 자신
국세청은 나의 성별, 나이, 직업, 소득, 가족(가족 구성원의 소득 포함), 거주지 등
당신의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
동사무소가서 등본을 떼면 나오는 내 정보는
나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알고 있다.
세금을 내는 것은
국가 유지에 아주 근본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니
납세의 의무를 가진 국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국세청보다 나를 잘 알고 있을까?
앞서 언급한
[성별, 나이, 직업, 소득, 가족(가족 구성원의 소득 포함), 거주지]
를 제외하고 나를 설명하기란 어렵다.
만약 당신이 위에 해당하는 정보를 제외하고
나 자신에 대해서
누군가와 5분 이상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웬만한 심리학과 교수보다
나 자신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뜻이다.
나 자신의 이해는 심리 그 자체이니,
스스로에게 명예 심리학 박사라고 생각해도 된다.
우리가 좋아하는 돈과 관련하여
수치적으로 예시를 들면 이렇다.
소득 분위란,
우리나라 전체 가구(가족)의 소득 수준에 따라 10%씩
총 10단계로 나눈 지표다.
1분위가 가장 낮은 소득을 의미하며,
숫자가 올라갈수록 소득 수준이 높아진다.
내 연봉이 속해있는 구간을 보면
나와 같은 인구가 한국에 몇 퍼센트가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자, 우리나라 인구가 약 5,100만 정도 되니,
대충 5천만이라고 해보자.
소득 분위에 따라 10단계로 나누든,
개인소득자의 소득구간별 인원 비중을 모든,
나와 같은 카테고리에 묶여있는 사람은
적게는 50만 명에서 1,000만 명까지도 된다.
계산이 잘 맞을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엄청 많다.
거기에 나와 같은 성별, 나이, 거주지 등으로 세분화하면
수백~ 수십만 명까지는 좁힐 수 있을 수도 있다.
국세청에서 당신과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 정도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사진이 BTS 공연을 채운 6만 명의 팬들의 모습이다.
당신과 인구통계학적 정보가 같은 사람들이 이만큼은 된다는 뜻이다.
국세청 입장에서는
저기 있는 모든 사람들은 같은 사람이다.
그러니 이들 틈에 숨으면
국세청이 당신을 못 찾는다는 이야기도 된다.
(물론 찾기야 무조건 찾지...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뜻)
소득 분위니 소득 구간이니 복잡한 얘기를 했지만
정리하자면 이렇다.
당신의 스스로에 대해
사회적으로 부여된 정보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면,
당신은 단지 ‘시민 1’ 또는 하나의 점으로 사는 것이다.
그렇게 죽으면,
'인간 1' 또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점이 되어 사라진다.
기껏해야 성실한 납세자 정도겠지.
반대로,
나 자신에 대해 있는 그대로 한 줄이라도,
10초라도 설명할 수 있게 되면
나는 그 즉시 저 수만 명의 인구들로부터 분리되어
독립된 존재가 된다.
이 글을 읽고
잠시나마 나 자산에 대해 궁금한 생각이 들었어도
"어디 출신, 몇 살인 누구"가 아닌
온전히 "나"로 살아가는 사람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진다.
심리학의 처음이자 끝이며
심리학이 추구해야 할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