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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준선 Jun 19. 2023

카카오 600만 원의 벌금을 맞다  

국내 기업도 피해 갈 수 없는 개인정보보호법


그럴 줄 알았다. 

놀리는 게 아니라 안타까움의 표현이다. 


대한민국 정부 기관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메타에게 과태료 660만 원을 부과했다. 


2022년 9월에는 30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적이 있다. 

이유는 특정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걸 이용자에게 정확하게 알리지 않았고, 

사전 동의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럽의 3,000억 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긴 하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행태정보'를 수집 및 분석하여 

이용자들에게 맞춤 광고를 제공했다고 한다. 


여기서 행태정보란, 

웹 사용이력, 

구매 및 검색 이력 등 

고객 및 회원의 관심, 성향 등을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는 

온라인상의 이용자 활동 정보를 말한다.


익숙하지 않은가? 


이 블로그에서 툭하면 나오는 그 '쿠키데이터'의 한국말이 

행태정보이다




메타 같은 외국 기업뿐만 아니다. 


카카오택시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도 

'제3자에게 정보 제공' 항목을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으로 설정한 것에 대해 600만 원의 벌금을 맞았다. 


카카오와 메타에 법무팀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이 정보가 두 기업에게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성장해 왔고, 

그렇게 돈을 벌어왔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점은 

아주 가까운 미래에 쿠키데이터 활용이 금지될 거라는 것이다. 

특히 데이터 관련 종사자라면 더더욱 알아야 한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관찰자가 되어 고객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다가가서 직접 묻고 답한 정보만을 취급해야 한다. 


이렇게 고객이 자발적으로 공유한 정보를 제로-파티 데이터(zero-party data)라고 한다. 


그리고 제로-파티 데이터가 

심리학적으로 설계된 질문을 만났을 때 

가장 폭발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카카오택시를 예를 들어보자.




"택시 서비스에 얼마나 만족했나요?" 

☆☆☆☆☆


이런 설문은 

제로-파티 데이터로서의 가치도 없으며, 

심리학적인 질문은 더더욱 아니다. 


그리고 이런 자료를 수집해서 서비스를 개선한다면 

나올 그림은 뻔하다.



팀장: 1분기 서비스 만족도가 몇이지?

대리: 네, 평점 4.1점이 나왔고, 지난해 4분기 평점 4.3보다 0.2 떨어진 수치입니다. 

상사: 그래? 그렇다면 큰일이군... 다음 2분기는 평점 4.3을 회복하는 것부터 목표로 해보자고. 

대리: 네 알겠습니다. 


실제로 거의 모든 회사가 이런 식이다. 


물론 어떤 통계수치를 쓴다든지, 

'평균 이용 시간대', '최소~최대 대기 시간' 등의 

나름의 복잡한 얘기들을 끼워 넣어 설명하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평점이 내려갔으면 올리자, 올랐으면 잘 유지하자

이 말이다.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심리학적인 질문으로 얻은 제로-파티 데이터가 아니면, 

"왜?"라는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다. 


"당신에게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부른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를 알아낼 수만 있다면,

그게 사람마다 어떻게 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지만 알 수 있다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물론 법적인 제재도 피해 갈 수 있다. 

직접 물어봤으니까.




다시 예를 들어보자. 


2만 원의 택시요금이 나온 고객에게 다음날 

200원의 보상을 걸고


고객님이 택시를 이용하는 이유와 가장 가까운 것은 무엇인가요?



            신체적으로 편안할 수 있다면 택시를 이용한다          

            시간을 아낄 수 있다면 택시를 이용한다          

            막차 시간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택시를 이용한다          

            늦은 밤 택시나 버스가 위험할 것 같아서 택시를 이용한다          


라고 묻는다면? 

고객이 어떤 대답을 하느냐에 따라 

고객의 심리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물론 지금 쓴 예시는 예시일 뿐이다). 


1번을 대답한 고객에게 

"직장인의 최대 스트레스! 아침 출근! 쌓인 업무가 많다면 오늘만큼은 택시를 이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2번 고객에게 

"시간이 금! 퇴근 후의 시간도 알차게 사용하는 당신을 위한 택시 쿠폰이 왔어요"


3번 고객에게 

"고객님이 빠진 자리는 모두가 재미없어해요ㅜㅜ 오늘의 자리를 즐기고 당신의 퇴근길을 책임져줄 택시를 예약해 둘게요"


4번 고객에게 

"안심 귀가. 안심 택시. 저희 택시 기사님들은 모두 신원이 확인된 친절한 기사님입니다"


작성에 10분이 소모되지 않은 급조된 문구다. 

여기서 데이터팀이 

제로-파티 데이터를 축적하여 

고객 유형을 분류하고,


디자인팀이 

고객 유형에게 감각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폰트와 색깔을 찾고, 


마케팅팀이 

고객 유형별 맞춤 코멘트와 비용을 책정하고,


개발팀이 

고객 유형별로 전송될 문구와 쿠폰을 구분하는 코드를 짜면 된다. 


물론 기존의 틀을 완전히 뒤바꾼 이런 방식을 채택하는 건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세상은 분명 다가온다. 


실생활에 가장 쓸모 있는 정보는 쿠키데이터의 금지 정도가 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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