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준선 Jun 26. 2023

쿠팡이 BNPL에 실패한 이유

'의미'의 중요성


쿠팡은 BNPL(Buy Now Pay Later)을 성공시킬 능력이 있다.

그리고 그 능력은 분명한 이유가 뒷받침될 때 발휘될 수 있다.


BNPL 도입이 실패한 이유는 

BNPL을 도입하는 의미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쿠팡이 BNPL 서비스 도입을 실패한 이유를 말해보세요."

라는 면접관의 질문에 이렇게 답해도 될까?

글쎄 거기까진 잘 모르겠다.

아마도 BNPL 도입 실패의 기술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소중한 방문자가 

면접관에게 답변하는 방법이 아니라

쿠팡의 BNPL 실패의 이유에 대한 질문을 보내왔고

그래서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열심히 자료를 찾아봤다.




우선 기술적인 이유는 이렇다.

쿠팡은 국내 어떤 기업보다도 가장 빠르게 BNPL을 도입했다.


하지만, 

쿠팡 고객들은 쿠팡의 후불결제 시스템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없었다.


후불 결제를 한다고 해서 

로켓배송이 핵미사일배송이 되는 것도 아니고

쿠팡 포인트가 눈에 띄게 잘 쌓이지도 않는다.

단순히 나중에 결제 대금을 갚는다는 식이었다.




한국의 신용카드 이용률이나 보유율은 세계에서 1등이다.

미국, 독일, 호주, 캐나다 등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신용카드 이용률은 51%였고

신용카드 보유율 또한 89%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그러니 쿠팡은 단순 신용 결제라는

레드오션에 뛰어드는 실수를 저지른 셈이다.


그렇다고 모든 기업이 BNPL에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는 네이버페이를 앞세워서

각종 은행 및 신용카드 회사들과 PLCC를 만들고 있다.


PLCC란 Private Label Credit Card의 약자로,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를 말한다. 

특정 기업의 브랜드를 카드에 넣어 특별한 혜택을 제공한다.


즉, 현대카드가 제공하는 네이버 현대카드는

이용자들에게 결제액의 일정 부분을 네이버 포인트로 되돌려주거나

네이버 멤버십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라이트 한 무료 버전 티빙 서비스도 제공한다. 

네이버는 신한, 국민은행, 롯데카드 등과도 비슷한 제휴를 하고 있다.


그렇게 유저를 확보하고 네이버 BNPL을 사용하면 

또 다른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식으로 서서히 시장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든든한 빽을 앞세워

카카오페이나 뱅크에서 여러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 BNPL 실패의 기술적인 이유는 이렇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뭘까?


바로, 그 사업을 도입한 의미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쿠팡은 창설 이래로 물류 사업을 독식하기 위해

아마존식으로 수많은 적자를 감내해 왔다.


"로젠, 한진, 대한 등등 택배회사 엄청 많은데 쿠팡이 될까?"

"11번가, G마켓 이미 있는데 쿠팡이 상대가 될까?"


이런 의문을 견디고, 오랜 적자를 버티고, 투자까지 유치한 이유는

한국의 아마존이 되겠다는 강한 의지 덕분이었다. 


다시 말해, 

쿠팡은 BNPL에 의한 초기 적자나 계산 실패쯤은

거뜬하게 견딜 수 있는 회사이다.


그걸 견디지 못하고 

성공시키지 못한 이유는

명확한 이유가 없어서이다.



심리적으로 자신의 행위에 대한 의미가 분명할 때는 

100억의 적자도 견딜 수 있다.

그러나 의미가 분명하지 못할 때는 

100만 원의 적자도 견디기 힘든 것이 사람의 심리이다.


우리가 고가 스마트폰 구매를 할 때 비슷한 심리를 갖는다. 


최신 스마트폰을 살 때


"나는 이제 사진도 잘 찍고, 메모도 잘하고, 뉴스도 보고 더 업그레이드된 삶을 살아야지!"


하는 마음가짐으로 최신 스마트폰을 살 때는 

100만 원이 훌쩍 넘어도 돈이 아깝지 않다. 

다달이 나가는 할부 금액도 버틸 수 있다.


반면에,


"아직 스마트폰이 쓸만하긴 한데... 바꿀까? 어차피 전화랑 카톡밖에 안 하는데... 내가 물욕이 너무 많나? "


라는 마음이 들 때는 구매가 선뜻 어렵다. 

구매했더라도 그 찜찜한 마음은 한동안 남아 없어지지 않는다.




'쿠팡'을 '나'로 대체해도 결과는 같다.


당신이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할 때

자신만의 의미가 있고 없고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를 만든다.


당신이 실패를 겪고 일어날 때뿐만 아니라

성공을 하고 있을 때도

뒷받침하고 있는 의미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다른 해석, 감정, 결과가 나타난다.

아니, 성공과 실패가 무엇이냐는 기준부터도 달라진다.


해골물이 쓰고 달고는 

나의 마음가짐에 달렸다는 깨달음이

초호화 중국 유학길에서 U턴을 시킬 만큼 대단했던 이유와도 같다.


쿠팡도 BNPL의 실패의 쓰디쓴 이유를 지금이라도 찾으면

그 즉시 달콤한 사업적 경험으로 승화될 것이다.


우리도 매일 반복하거나 새로운 경험에서

항상 의미를 찾아내는 연습을 하면 

씁쓸한 경험이 

어느새 몸에 좋고 쌉싸름한 홍삼이 되었다는 걸 경험할 수 있다.


나는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처음 질문을 받아보았고, 

그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한 들인 시간이 달콤한 의미로 다가왔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도 이 달콤한 맛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카카오 600만 원의 벌금을 맞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