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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대한 당신의 생각, 어디까지가 진짜일까?

by 황준선

돈에 대한 우리의 생각, 어디서 온 걸까?

20,0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돈에 대한 생각과 소비 습관을 조사했더니, 사람들은 각기 다른 6가지 유형으로 나뉘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유형과 상관없이, 모든 한국인이 고개를 끄덕인 두 가지 문장이 있었습니다.


"돈을 빌리면 갚아야 한다."

"자신의 신용점수나 신용등급을 알아야 한다."


나이, 성별, 소득에 관계없이 모두가 동의한 이 두 문장. 이게 의미하는 바는 뭘까요?




1. 우리는 은행의 관점에서 생각하도록 길들여졌다

"돈을 빌리면 갚아야 한다"는 말, 너무 당연하죠. 친구에게 돈을 빌리면 당연히 갚아야 하고, 가족끼리도 돈 문제는 깔끔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말이 은행 대출로 이어질 때는 조금 다른 느낌이에요.


신용점수를 확인할 때 NICE평가정보(NICE)와 코리아크레딧뷰로(KCB)라는 이름, 한 번쯤 봤을 거예요. 이 두 기관은 우리의 상환 이력, 부채 수준, 신용기간, 신용거래 종류 등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의 금융 행동을 평가해 신용등급을 매깁니다.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이 사람이 돈을 잘 갚을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겁니다. 잘 갚으면 점수가 오르고, 연체하면 내려갑니다. 점수가 높으면 대출이 쉽고, 낮으면 어렵죠.


은행 앞에서 작아지는 이유

한 번쯤 이런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우리는 왜 은행 앞에서 작아질까요? 분명 우리는 '고객'인데 말이에요. 은행이 우리에게 대출을 해줘야 수익을 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 상황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은행은 고객이 대출을 받을 때 가장 큰 수익을 냅니다. 대출 이자는 은행의 핵심 수익원이죠. 결국 우리가 대출을 받아야 은행도 운영된다는 뜻입니다. 물론 은행은 상환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돈을 빌려주길 원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위축될 필요는 없습니다.


돈에 대한 관점을 바꿔보자

우리가 돈에 대해 갖는 믿음과 태도는 현대 금융 시스템이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신용점수에 집착하고, 대출 상환을 부담스러워하는 우리의 모습은 자발적이라기보다는 은행의 논리에 의해 길들여진 것이죠.


물론, 이 말이 돈을 갚지 말자거나 신용 등급을 개판 쳐도 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금융 사회에서는 신용이 중요하니까요. 하지만 내가 돈을 벌고 저축하는 이유가 은행 좋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면, 돈에 대한 관점을 은행이 아닌 나 자신에게로 돌릴 필요가 있습니다.


은행은 우리가 대출을 받아 잘 갚길 바라고, 우리는 그 돈으로 더 나은 삶을 꿈꿉니다. 이 관계는 동등합니다. 그러니 돈을 갚아야 한다는 것에만 몰두하지 않고, 그 돈을 빌린 이유와 목적에 더 집중하는 거예요.




2. 돈에 대한 스트레스는 많지만, 돈에 대한 욕망은 적다

"돈 많이 벌고 싶으세요?" "당연하죠! 돈 많이 벌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나요?"

이렇게 대답하는 게 자연스럽지만, 어쩐지 의문이 듭니다. 정작 돈과 관련 없는 연예인 심리에 대한 글이 이 연재보다 조회수가 훨씬 많을 테니까요.


우리 삶에는 '돈만 많으면'이라는 가정이 가득합니다.

"돈이 많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텐데."

"돈이 있으면 성격도 더 너그러워지고, 더 멋진 사람이 되겠지."

"돈이 있으면 나도 꿈을 좇을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실제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우리는 돈을 욕망하지 않아요.

여기서 '돈을 욕망한다'는 건 단순히 돈을 많이 갖고 싶다는 바람이 아닙니다. 진짜로 돈을 벌기 위해 매일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행동하는 것이죠.


돈, 정말로 벌고 싶나요?

우리는 종종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점심 메뉴 고르듯 가벼운 고민에 그칩니다. '돈을 어떻게 벌 수 있을까?'보다는 '오늘 저녁 뭐 먹지?'가 더 큰 고민이에요.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 몰라서 그럴까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인터뷰나 영상은 정말 많아요. 그리고 그들이 돈을 벌게 된 계기는 각자 다릅니다.

"돈만 보고 청춘을 갈아 넣었어요."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하다 보니 성공했어요."

"필요해서 시작했는데 사업이 커졌어요."

"실패하고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했어요."

우리는 이렇게 다양한 돈 이야기를 듣고 '와, 대단하다' 하고 감탄하지만, 몇 분 뒤에는 어제와 같은 하루를 반복합니다.


진짜로 돈을 욕망하자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사람은 소수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소수 안에 들어가고 싶다면, 돈을 제대로 욕망해야 합니다. 만약 돈을 벌고자 하는 욕망이 없다면, 다른 가치를 찾아도 좋아요. 돈이 중요한들 어차피 사람 사는 세상이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게 돈보다 더 진한 가치를 줄 수도 있죠.


그러나 가만히 누워서 입을 쩍 벌리고 있기만 하면, 과일이 저절로 내 입에 쏙 하고 들어오길 바라면 안 됩니다. 이런 심리 상태는 자본주의 사회가 노리는 가장 쉬운 먹잇감으로 포착됩니다. 이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도록 소비되는 소모품으로 취급되기 딱 좋은 마음가짐이거든요.


자, 그러니 금융 시스템이 주입한 돈에 대한 관념은 잠시 접어둡시다. 그 대신에 내가 돈을 왜 벌고 있으며, 무엇을 위해 쓰고 있는지 돌아본다면 돈에 대한 스트레스가 훨씬 줄어줄고 심리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을 겁니다. 모두 화이팅!



황준선, 유희승. (2023). 경제활동인구의 돈에 대한 태도와 소비행동 유형. 주관성 연구, 65, 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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