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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심리학 2편: 단맛

by 황준선

단맛, 그 정체를 찾아서

오늘은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찾게 되는 '단맛'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설탕이 잔뜩 들어간 디저트부터 달콤한 과일까지, 단맛은 우리에게 참 친숙한 존재죠. 그런데 우리는 왜 단맛을 원할까요? 우리에게 단맛이 갖는 심리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단맛의 다양한 모습

단맛도 참 여러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어요. 사과나 바나나 같은 과일에서 느껴지는 자연 그대로의 달콤함이 있는가 하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설탕이나 액상과당 같은 정제된 단맛도 있어요. 또 다이어트 콜라에 들어가는 아스파탐이나 스테비아처럼 칼로리는 낮지만 강한 단맛을 내는 인공 감미료도 있습니다. 초콜릿이나 케이크처럼 여러 재료가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복합적인 단맛도 빼놓을 수 없죠.


단맛의 역사

단맛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어요. 고대 인도에서는 사탕수수가 재배되었고, 이를 즙으로 만들어 설탕 결정화 기술이 개발되었어요. 이후 설탕은 유럽으로 전파되어 중세 시대에는 귀족들만이 누릴 수 있는 사치품이 되었습니다. 한편, 로마 시대에는 설탕 대신 꿀이 주요한 단맛의 원천이었고, 신성한 음식으로 사용되기도 했죠. 또 아즈텍 문명에서는 카카오 콩을 사용해 쓴맛이 나는 음료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유럽으로 건너가 설탕이 더해지며 오늘날의 초콜릿이 탄생했습니다.


이렇듯 인류는 단맛을 얻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어요. 설탕은 한때 금보다 비싼 귀한 자원이었으며, 이를 둘러싼 무역과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후 산업혁명을 통해 설탕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단맛은 점차 대중화되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게 되었어요.


세계 각국의 단맛의 모습

설탕이 보편화된 지금, 세계 각국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단맛을 즐기고 있어요. 프랑스에서는 크루아상이나 마카롱처럼 버터와 설탕이 조화를 이루는 디저트가 사랑받고, 일본에서는 말차와 팥이 어우러진 디저트가 유명하죠. 이탈리아에서는 젤라또와 티라미수가 대표적인 단맛의 상징이에요. 한국에서도 설탕이 듬뿍 들어간 호떡이나, 떡과 같은 전통 간식이 있죠. 이렇게 세계 곳곳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단맛을 즐기며 문화와 정서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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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맛이 주는 달콤한 질병, 당뇨

우리에게 단맛은 현대 문명의 풍성함을 뜻합니다. 지금은 마트에 갈 필요조차 없이 배달 어플에서 터치 몇 번으로 문 앞에 매콤 달콤한 떡볶이와 달달한 디저트 후식이 금세 배달되죠. 중세 유럽의 귀족들만 누리던 사치를 누구나 누리는 세상,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그러나 단맛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아집니다. 단 음식과 '당'뇨의 관계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겠죠?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글 맨 아래에 보충 설명을 해둘게요.


당뇨가 보여주는 현대인의 심리

풍요로운 단맛의 세계는 노력과 결실의 의미를 흐리게 만듭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달콤한 결실'은, 그 뒤에 쓰디쓴 노력이 있었기에 비로소 완성될 수 있는 것인데 말이죠.

예를 들면,

100원까지 아껴가며 알뜰살뜰 저축 끝에 장만한 내 집,

온갖 유혹과 피곤함을 이겨내고 꾸준한 운동으로 얻은 날씬한 몸매,

짝사랑하는 사람에게 절실히 노력한 끝에 얻은 연애.

이렇게 꿀처럼 달콤한 결실에는 반드시 끔찍한 노력이 필요하죠.


하지만, 설탕과 같은 풍요로움은 이런 끔찍한 노력의 고통을 건너뛸 수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듭니다.

내 집 마련은 주식, 코인이나 돈 많은 배우자 만나서 한 방에 해결하면 되는 거 아냐?

위고비나 다이어트 약 먹으면 가만히 있어도 살 빠지는 거 아냐?

짝사랑에 노력하는 대신에 별풍 쏘면 훨씬 더 예쁜 여자랑 야하게 놀 수 있는 거 아냐?

이와 같은 심리로 전환되어 버리는 것이죠.


뭔가 열심히 하지 않고도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는 마음. 요즘은 이런 심리가 '스마트하다', '가성비 좋다' 같은 말로 포장되곤 해요. 이런 심리가 우리 몸에도 영향을 주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당뇨예요. 그래서 당뇨에 걸리는 나이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거죠. 단순히 '서구화된 식단'이나 '운동 부족'이라고 설명할 수 없는 심리적인 이유가 그 뒤에는 숨어있던 거죠.


더 큰 문제는 당뇨를 치료할 때도 비슷한 심리가 작용한다는 거예요. 약이나 인슐린 주사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믿는 것이죠. 힘든 과정을 피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당뇨가 생겼는데, 치료 과정에서도 힘든 걸 피하고 싶어 하는 거죠. 마치 공부는 안 하고 좋은 성적을 받고 싶거나, 일은 안 하고 월급을 받고 싶은 마음과 비슷해요.


당뇨는 단순한 질병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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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같은 풍요 속 심리적 빈곤

우리는 단맛에서 현대인이 겪는 심리적 아픔을 엿볼 수 있어요. 풍요로운 세상 속에서도 채워지지 않는 갈망 같은 것이죠. 단맛은 그 빈틈을 잠시나마 메워주는 것 같지만, 결국 더 큰 공허함을 남깁니다.


이런 상황에서 "단 것을 줄이라"거나 "노력을 더 하라"는 말은 별로 와닿지 않아요.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거든요. 오히려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그만큼 더 하기 어려운 거죠.


단맛이 당길 때, 그냥 단 것을 찾기 전에 잠깐 멈춰서 "내가 왜 지금 단맛을 찾고 있지?"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습관이 필요해요. 단맛이 당길 때, 빨리 단 것을 찾아 입에 넣는 것 대신에, 그 순간의 내 마음 상태를 들여다보는 거죠. 만약 그 질문에 대해 스스로 납득할 만한 답을 찾을 수 있다면, 그때는 죄책감 없이 단 것을 먹어도 괜찮아요. "오늘 이런 이런 일이 힘들었으니까, 초콜릿 하나쯤 괜찮지"라고 말이죠. 하지만 만약 "그냥… 뭔가 허전해서?" 같은 애매한 대답이 나온다면, 잠시 단 것을 참아보는 거예요.


이렇게 스스로에게 가볍게 질문하는 것만으로도 단맛 섭취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고, 설령 먹더라도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을 예방할 수 있어요. 단맛이 풍요로운 세상에서 중요한 건 결국 단맛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마음가짐이니까요.



당뇨 보충 설명

당뇨는 단 것을 많이 먹는 것에서 비롯될 수 있습니다. 설탕이나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을 자주 섭취하면 혈당이 빠르게 오르며, 이를 조절하기 위해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됩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점점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고, 결국 당뇨로 이어질 수 있죠.


하지만 당뇨의 원인은 단순히 단 음식만이 아닙니다. 공복기가 없이 자주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중요한 원인입니다. 배가 고프기 전에 간식을 먹거나, 지속적으로 음료를 마시면서 혈당이 계속 오르내리는 상황은 인슐린을 쉬지 못하게 만듭니다. 결국 인슐린 기능이 떨어지고 당뇨 위험이 커지는 것이죠.


이처럼 현대 사회의 풍요로움은 언제든 쉽게 음식을 섭취할 수 있게 하고, 결과적으로 당뇨와 깊은 관련이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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