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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심리학 4편: 짠맛

by 황준선

짠맛과 심리학: 짠맛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줄까?

양파 시즈닝이 뿌려진 감자칩 한 봉지, 갓 구워서 노릇한 소시지, 김치 몇 조각을 넣어 얼큰하진 라면, 바삭하게 튀겨진 후라이드 치킨... 첫 입부터 강렬한 맛을 선사하는 짠맛! 우리가 가장 친숙하게 느끼는 맛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짠맛을 그렇게도 좋아할까요? 오늘은 짠맛이 가진 매력과 우리의 심리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짠맛은 무엇일까?

짠맛은 기본적으로 나트륨(Na)에서 비롯됩니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성분이기도 해서 짠맛에 대한 욕구는 생리적 요구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어요.


하지만 짠맛은 단순히 몸이 필요한 미네랄을 채우기 위한 것만이 아닙니다. 짠맛은 음식에 풍미를 더하고, 맛의 균형을 맞추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단맛을 더 달게 하려면 소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그만큼 단맛은 더 달콤하게, 쓴 맛을 덜 강렬하게 만들어주는 조화의 맛이기도 하죠. 짠맛은 그 자체로도 맛이지만, 다른 맛과 어울렸을 때 그 진가를 더욱 발휘한답니다.


짠맛은 어떤 성분으로 만들어질까?

한국인이 자주 즐기는 짠맛은 소금 외에도 다양한 식재료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간장: 발효된 콩과 소금이 만들어내는 깊고 복합적인 짠맛

김치: 소금과 발효의 조합으로 탄생한 짭조름함

치즈: 발효 과정에서 나오는 고소한 짠맛

국간장을 넣어 끓인 뭇국에서의 짠맛과 김치를 넣어 끓인 김치찌개 맛이 다르고, 와인 안주로 한 입 집어넣는 치즈의 짠맛도 다르죠. 짠맛은 다양한 음식 속에서 각기 다른 풍미로 변주되며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습니다.

짠맛과 우리의 심리는 어떻게 연결될까?

심리학적으로, 짠맛에 대한 선호는 단순히 미각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감정, 기억, 그리고 삶의 방식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본능적인 짠맛

우리 몸은 나트륨을 필요로 합니다. 인간은 '물'만 마시며 약 일주일 정도 생존이 가능합니다. 반면에 '물'과 '소금'이 있으면 이론적으로는 한 달 넘게도 생존이 가능하죠. 그만큼 나트륨은 신경과 근육의 기능을 돕고,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짠맛에 끌리는 건 단순히 미각적 즐거움뿐 아니라, 생리적인 안정감을 찾으려는 본능적인 욕구라는 뜻입니다.


즉각적인 짠맛

짠맛은 즉각적입니다. 단맛이나 쓴맛에 비해, 우리의 몸은 짠맛에 훨씬 빠르게 반응합니다. 이는 짠맛을 이루는 화학적 결합이 더 단순하기 때문인데요. 쉽게 말해, 음식을 입에 넣고 "음~ 달다"나 "크... 쓰다"라고 인식하는 시간보다 "어우! 짜!!"라는 반응이 훨씬 빠르게 나타납니다. 감자칩, 라면, 햄버거 같은 인스턴트 음식들이 짠맛을 대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말 그대로, 짠맛은 즉각적(Instant)인 보상을 제공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빠르고 강렬한 만족감을 원하는 현대인들에게 짠 음식은 그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탁월한 선택이 되는 것이죠.


추억의 짠맛

짠맛은 추억과 연결됩니다. 어릴 적 할머니의 밥상을 떠올리면, 할머니가 담가주신 젓갈이나 김치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나요? 자취를 하거나 독립을 시작한 성인이라면, 부모님이 보내주신 김치나 장아찌에서 가족의 사랑과 걱정을 느끼곤 하죠. 한국인에게 '가족과의 식사' 하면 떠오르는 맛은 짠맛인 경우가 많습니다. 오랜만에 본가에 방문했을 때, 보글보글 끓는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는 집에 돌아왔다는 안심을 그 어떤 것보다도 진하게 만들어 주니까요. 이처럼 짠맛은 감정과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자극제입니다.


안식과 바쁨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존재

짠맛은 일상의 바쁨과 가족과의 쉼을 동시에 상징합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대부분의 외식 음식들은 짭니다. 실제로도 그렇고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짜다"라고 말하는 손님은 계속 오지만, "싱겁다"라고 말하는 손님은 떠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외식 음식은 짠맛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려 합니다. 바쁘게 이동하며 먹는 샌드위치나 햄버거 같은 음식들도 짭짤한 맛으로 가득하죠. 짠맛은 그만큼 '바쁨'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짠맛은 '휴식'의 맛이기도 합니다. 집에 돌아와 쌀밥 위에 젓갈을 얹어 한 입 먹거나, 두부가 떠 있는 된장찌개를 한 숟가락 뜨는 순간 "아, 오늘도 끝났다"는 안도감과 쉼을 느낄 수 있습니다. 1인 가구라면 퇴근 후 매콤 짭짤한 떡볶이나 마라탕을 배달시켜 하루를 마무리하고 내일을 준비하기도 하죠. 만약 드레싱도 뿌려지지 않은 샐러드로 하루를 마무리한다면, 그것은 '관리'나 '웰빙'을 떠올리게 할 뿐, 한국인의 DNA에 깊이 박힌 '휴식'의 느낌과는 다소 거리가 멀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짠맛은 평온함을 상징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점심의 바쁜 짠맛, 저녁의 여유로운 짠맛.

이렇게 짠맛은 하루의 리듬 속에서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어쩌면 한국인의 높은 나트륨 섭취량도 이제 보니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짠맛?

짠맛은 생각보다 몸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의견이 분분하긴 하지만, 단맛보다는 확실히 덜 해롭습니다. 더군다나 짠맛은 낮과 밤, 우리 일상 속에서 빠질 수 없는 '소울 맛'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짠맛을 줄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그런데 짠맛을 과하게 섭취하는 우리에게 부족한 짠맛이라니,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30분 이상 이를 악물고 뛰다 보면 이마에서 땀이 흐르잖아요, 혹시 그 땀이 입으로 들어간 적 있나요? 그 맛이 어땠나요? 네, 바로 짠맛이죠.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짠맛은 바로 운동의 짠맛입니다. 하루 종일 바쁜 짠맛과 여유로운 짠맛을 섭취했다면, 이제 그 짠맛을 몸에서 내보내는 시간도 가져야 하는 거죠.


짠맛이 우리 일상의 일부라면, 운동으로 그 짠맛을 내보내는 고생 또한 우리의 건강한 루틴으로 자리 잡아야 짠맛의 삼위일체가 완성될 수 있습니다. 이마와 등에 짭짤한 땀이 송골송골 맺힐 때까지 운동하는 것이죠. 아, 물론 그 땀을 맛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짠맛과 심리학이 알려주는 삶의 통찰

짠맛은 우리에게 균형과 안정을 주는 특별한 맛이에요. 당장 기분 좋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어쩌면 소중한 추억들과도 연결되어 있을지 몰라요. 다음에 짠맛 가득한 음식을 먹게 된다면, 그냥 맛으로만 느끼지 말고 그 안에 담긴 따뜻한 의미도 한 번 떠올려 보세요. 그럼 아마 삶이 조금 더 풍성하게 느껴질 거예요.


그리고 짠맛으로 가득 찬 하루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또 다른 짠맛, 바로 땀에서 나오는 짠맛도 잊지 마세요. 몸을 움직이고 땀 흘리는 시간이야말로 내 몸과 마음이 진짜로 균형을 찾는 순간일 테니까요. 오늘 짠맛을 충분히 즐겼다면, 내일은 그 짠맛을 땀으로 내보내는 것도 꼭 챙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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