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강사가 돈을 버는 법
스타 강사는 공부하는 방법이 아니라, 공부를 잘하게 될 것 같다는 믿음을 파는 것이다.
'산타 토익'이라고 들어봤는가?
2016년에 나온 토익 앱으로, 인공지능을 통해 진단 테스트 이후 학습 방향을 제시한다.
산타 토익은 스타트업 뤼이드(Riiid)가 만든 앱이다.
뤼이드는 손정의가 운영하는 비전 펀드에서 2,000억 원의 단독 투자를 얻었고
산업 은행 등에서 5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역사도 있다.
그런데,
뤼이드는 지난해 4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왜일까?
기술력이 부족해서?
교육 시장이 침체되어서?
둘 다 아니다.
기술력이야 내가 알 수 없지만,
몇 천억 원 단위의 투자를 검토하는 사람들이 가짜 기술력에 속진 않겠지.
그리고 교육 시장은 여전히 뜨겁다.
그러면 뤼이드의 적자는 더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 이해를 돕기 위해 수백억을 버는 스타강사의 비결은 무엇일지 살펴보자.
100억 연봉으로 유명한 '이지영'을 유튜브에 검색하면 제일 위에 "이지영 강사 명언"이 뜬다.
그리고 공무원 시험에서 유명한 '전한길'을 치면 "전한길 쓴소리"가 뜬다.
스타 강사는 공부하는 방법만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건 기본 중에 기본이다.
공부하는 방법은 스타 강사가 아니라, 동네 학원에 가도 잘 알려준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공부를 못했더라면,
그건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다.
방법은 다 안다.
안 했을 뿐.
스타 강사는 자신의 공부에 대한 신념, 또는 인생에 대한 말을 해준다.
자신의 수강생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스크린을 뚫고 나와 수강생들의 마음에 들어가 꽂힌다.
단순한 성적 향상이 아니라
스타 강사가 주는 제각기 다른 진심에서 나오는 매력을 구매하는 것이다.
그게 비법이다.
스타 강사들이 수강생에게 던지는 말은 '진심'이다.
그게 누구에겐 맞고 누구에겐 틀린 말일 수도 있지만,
일단 진심인 것은 맞다.
그리고 그 진심이 발음, 말 속도, 글씨체 등을 타고
수강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지갑까지 사로잡는다.
그리고 그 진심을 느낀 수강생은
실제 자신의 성적이 오르지 않아도
스타 강사를 비난하지 않는다.
그 진심을 못 받아들인 내가 잘못이라는 생각을
더 먼저 하기 때문이다.
다시 뤼이드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우선 스타 강사들의 교육적인 지식, 경험, 노하우는
거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 정도의 수준이다.
그 방대한 양들을 다 때려 넣어서 만든 AI 교육 시스템은 더 훌륭하다.
스타 강사들도 몇 시간 못 자고 엄청난 스케줄을 소화하지만,
AI는 절대 지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학생들의 마음과 지갑을 사로잡진 못한다.
AI에게는 '진심'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즉, AI를 쓰면 내 토익 점수에 좋은 영향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스타 강사의 진심에서 오는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컴퓨터가 인간을 못 따라간다는 시대에 뒤처진 이야기가 아니다.
매출이 알려주는 냉정한 결과를 분석하는 차가운 글이다.
그렇다면 뤼이드는 어떻게 해야 할까?
AI에게 진심을 심어줘야 한다는 이상한 헛소리를 할 거라 기대했다면 틀렸다.
뤼이드는 학생들이 공부를 해야 하는 동기를 불어넣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토익 점수가 올랐다 또는 내렸다 하는 것은
사실 단순한 수치적 변화에 불과하다.
토익 점수가 높다고 해서 영어를 잘한다는 뜻도 아니다.
그래서 뤼이드는
'토익 성적이 올랐다 = 좋네'
'토익 성적이 800점 넘었다 = 이력서에 넣을 정도는 되네'
라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이런 공식들을 철저하게 깨부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AI 교육으로 빠르고 효율성 좋게 공부 성적이 올라서, 다른 과제를 극복할 때도 AI 기술을 응용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AI 교육으로 영어가 늘어서 AI 관련 기사들을 영문으로 보는 즐거움이 생겼고 그래서 세계 뉴스들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읽게 되었다
라는 식으로 말이다.
수강생들이 산타 토익 교육을 통해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
수강생들의 실재적인 도움이 무엇이었고,
그런 수강생들이 많이 생겨서 이 사회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을지를 연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걸 마케팅으로 잘 알리기만 하면 된다.
안타깝게도 지금 산타 토익 홈페이지 블로그에 가면
'영어 동사 시제 완벽 정리'
'토익 700점 달성하기 위한 단어장'
점수라는 숫자를 왔다 갔다 거리게 하는 방법 같은
의미 없는 글들만 있다.
뤼이드가 AI 교육으로 '점수 상승' 이상으로 얻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진심이 없는 것은 AI가 아니라 바로 뤼이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