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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준선 Jul 04. 2023

뱅크샐러드가 적자를 보는 이유

고객의 돈에 관한 심리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는다.

돈에 대한 생각과 행동도 그러하다.




2,000억 투자를 받은 뱅크샐러드가 힘들어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뱅크샐러드는

이 은행 저 은행,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고객 자신들의 금융데이터를

한데 모아 정리해 주는 앱이다.


예쁘게 플레이팅 된 샐러드처럼

고객들의 정보를 예쁘게 담아

편리하게 보여주는 것이 뱅크샐러드의 매력이었다.


그러나,

뱅크샐러드는 181억 원이었던 2021년 영업손실액이

2023년 영업손실액은 460억으로 늘었다.


왜일까?


사업에는 '문제 인식', '솔루션(제품)', '창업자(팀)'이 있다고 한다.

이 구조에 의하면,

뱅크샐러드의 사업 구상은 다음과 같다.


문제 인식:

"고객의 불균등한 정보의 비대칭을 해결하고

데이터를 통해 누구나 금융에 대해 똑똑해지면

고객은 더 나은 삶을 가질 수 있다"


솔루션(제품):

"뱅크샐러드 앱은 사용자 친화적이며, 빠르고, 전문성도 있다"


창업자(팀):

"우리의 조직에는 금융과 앱 서비스에 관한 최고의 전문가들이 있다"


그리고

내가 이 소식을 접했던 '언더스탠딩: 세상의 모든 지식'에 출연한

이재용 회계사는 다음과 같은 근거를 들며

'문제 인식'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한다.


생각보다 고객들이 금융에 대한 데이터를 간절히 원하지 않았다.           

 금융에 대한 고급 지식을 활용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각보다 적었다.           

금융에 대한 영양제는 되었지만, 치료제는 되지 못했다.           

토스, 네이버페이 등 굵직한 기업들도 다 하는 사업이다.           


매우 맞는 말이다.


그러나,

심리학적인 부분은 놓쳤다.




가장 큰 요인은 3번에 있다.


뱅크샐러드는 도움은 되지만,

구체적으로 고객의 어디가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보여주지 못했다.


그 이유는

돈에 관해서

고객들이 갖는 표면적인 이유와

내면적인 이유를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돈을 벌고 싶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과

돈을 벌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의 비율은

현저히 떨어진다.


인간이 자신이 말하는 것을 믿는다는 것과

그렇게 행동한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를 예로 들면 쉽다.

누구나 올여름을 위해 다이어트를 결심하지만,

정말로 내가 살을 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그보다 적다.

그리고 실제로 운동과 식단 관리를 병행하는 비율은 그보다 더 적다.


돈도 같다.

사람들이 돈을 똑똑하게 쓰고 싶다는 생각과

똑똑하게 사용할 것이다는 다른 얘기이다.


하지만,

뱅크샐러드는 이 점을 간과했다.

"똑똑해지고 싶으니, 똑똑하게 해 줄게, 그럼 똑똑하게 행동할 거지?"

라는 논리로 말이다.


인간의 심리에 대해 조금만 더 알았더라면

지금 영업손실액은 크게 줄었을 것이다.




한국인의 돈에 대한 생각과

실제 행동은 아래처럼 구분할 수 있다.


인식 유형

미래대비형: 돈을 저축해 두면 예상치 못한 지출, 실직, 기타 어려움을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트렌드소비형: 자신이 원하는 경험이나 물건을 획득하기 위해 돈을 소비한다           

성공증명형: 돈을 성공에 대한 상징으로 인식한다           


행동 유형

계획관리형: 돈을 자신의 통제하에 두고 계획하고 관리하는 행동을 보인다           

유연소비형: 현재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충족하기 위해 소비와 저축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행동을 보인다           

자기결정형: 자신만의 가치가 반영된 목표나 경험을 위해 소비하거나 저축하는 행동을 보인다           



위의 표처럼 유형이 일치한다면

그 사람이 비교적 돈에 대해서

나답게, 안정적이게

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국 사람은

인식과 행동의 갭이 크다.


돈에 대해 저마다 다른 생각이 있지만

대부분 '계획관리형'의 행동을 보인다.


이것이 한국 사람의

돈에 대한 생각과 행동의 특징이다.


그래서

뱅크샐러드가 제시해야 할 비전은,

 돈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자사의 앱을 이용하면            

 어떻게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단순히

고객이 금융에 대해 똑똑해지면,

우리에게 고맙다는 보답을 해줄 것이라는

논리는 빈약했던 것이다.


이런 경우가 또 있다.


바로 뤼이드(Riiid)가 그렇다.

산타토익을 운영하는 뤼이드도

2,500억 원을 투자받은 기업이다.


그러나 그 기업 또한

"토익 점수가 잘 올라요"를 넘어서

AI 기술로 학습을 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나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를

제시하지 못했다.


뤼이드 역시 뱅크샐러드처럼 적자에 힘들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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