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칼부림 사건으로 바라보는 '교정'의 실패.
교도소는 폭탄의 시계를 일시 정지시키는 곳이 아니라,
그 폭탄을 해체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계획적으로 살인을 하거나
살인 자체에서 재미와 흥미를 느끼고자 하는 사람은
나보다 약한 상대를 고른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신체가 약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신림동 사건은 달랐다.
대낮에, 그것도 20대 남성을 첫 타깃으로 삼아 범행을 저질렀다.
여기서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신림동 칼부림 가해자는
사이코패스라서 그런 끔찍한 만행을 저질렀고
오랫동안 감옥이 잡아 처넣거나
사형시키면 문제가 해결될 것"
이런 식의 접근은
매우 부적절하다.
왜냐하면 피해를 당한 고인에게 "단순히 운이 없어서 죽었다"
라는 식의 말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범죄자의 처벌에서 '형량'만을 중요시한다.
그러나,
범죄자의 처벌에서의 핵심은 형량이 아니다.
투옥되는 시간 동안 무엇을 하느냐이다.
법무부 소속의 교정본부가 교도소를 관리한다.
여기서 '교정'이라는 뜻은
[수용자들의 권익보호와 교정교육, 직업훈련 등 사회적응 능력의 배양을 통하여 건전한 사회복귀를 도모하는 것]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즉,
단순히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해두었다가
그 상태 그대로 다시 사회로 돌려보내는 공간이 아니라는 뜻이다.
다시 신림동 사건으로 돌아와보자.
가해자는 다수의 전과와 소년원 경험이 있다.
이 말은
법이 '교정'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재 교도소가 범죄자를 대하는 심리는
범죄자가 교도소 내에서 큰 말썽을 일으키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수감 생활이 끝난 후의 생활은 내가 알 바가 아니다.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는 곳도 아니다.
그러니 교정은 중요하지가 않다.
물론 대다수의 범죄자는
투옥된 경험만으로도
많은 반성을 한다.
우리나라 범죄자의 재범률은 대중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높지 않다.
교도소에 출소한 사람이 1년 이내에 같은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약 7% 정도이며,
3년 이내에 같은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25% 정도 된다.
그러니 출소 후 3년 안에 사회적으로 정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에 다수의 범죄 전과를 가진 사람들은 다르다.
같은 범죄로 2번 이상 교도소를 들락날락 한 사람은
단순히 격리나 투옥 정도로 '교정'이 되지 않는다.
같은 전과를 여러 번 가진 사람에게
계속해서 똑같은 처벌을 내리는 것은
맛없는 음식을 계속 만들어서 장사가 잘 되길 바라는 맘이나 같다.
이런 사실을 먼저 정확하게 아는 것이 제일 먼저 필요한 순서이다.
신림동 가해자가
대낮에 20대 남성을 타깃으로 했던 점,
세상이 X 같아서 죽였다는 발언,
다수의 범죄 이력이 있다는 점 등을
참고했을 때
이 가해자에게 필요했던 것은
자신의 삶이 더 개선될 수 있다는 믿음이었던 것 같다.
그 믿음이 완전히 사라지고서
세상에 나를 던지듯이 범죄를 저질렀고
별다른 저항 없이 체포되었다.
여러 번의 범죄 이력이
이번 사건과 같은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시그널을 알려주고 있었다.
더 강한 처벌로 그 폭탄을 아예 때려 부수어서 해체하자는 주장이 있을 수 있고
더 많은 사회 참여 경험을 제공하여 폭탄을 녹여없애자는 주장이 있을 수도 있다.
둘 중에 무엇이 옳은지는 당장 판단할 수 없지만,
'미친놈이 미친 일을 벌였다'라는 식으로 잊힐 사건은 아니란 점은 확실하다.
교도소의 본질은 단순한 격리가 아니고 공무원을 일자리 제공도 아니다.
우리가 바라는 '교정' 무엇인지 스스로 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