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통해 내 이야기가 세상에 나가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제가 심리학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해서
제가 특별히 훌륭한 사람인 것은 아니고,
저 역시 매일 실수하고, 때로는 말한 것들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할 때도 있어요.
제가 인터뷰를 하고, 또 책 출간을 앞두면서도
정답을 제시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대신 함께 질문하고,
함께 고민하며,
때로는 함께 길을 잃기도 하는 파트너가 되고 싶달까요?
인터뷰 기사가 나간 후,
이 인터뷰어가 나를 찾은 이유는 무엇일지,
그리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길 잃은 심리학'은 첫 연재였고,
내용도 서툴렀고,
대중적으로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한 주제도 아니었거든요.
우선, 인터뷰어가 저를 찾은 건 정말 행복한 우연이라고 생각했어요.
우연히 지나쳤을 수도 있는 글로 인해
두 시간 정도를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는 정말 흔치 않거든요.
둘째, 인터뷰가 기사로 나온 것 자체는 기쁜 소식이었지만,
분명한 건 저 스스로가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누군가가 내 이름을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요.
제가 하고 싶은 것은 단순해요.
각자가 나답게 살아가는 이유를 만드는 일.
그리고 그것을 나의 언어로, 내가 잘하는 채널을 통해 알리는 일. 그게 전부죠.
인터뷰든 책이든, 제가 하는 모든 작업은 결국 이 목적으로 귀결돼요.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아, 나도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도 괜찮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저의 메시지가 정답이 되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각자가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죠.
그런데, 이 이야기가 여러 사람에게 닿기 위해서는
내가 유명해지기 위해 노력도 해야 하는 건가, 하는 고민은 들어요.
유명세로 설득력을 얻고 싶지 않은 건 확실하지만,
유명해지기 위한 노력은 필요한 것인가...?
이에 대한 고민은 현재진행형입니다.
가끔 내 글에 도움을 받았다며 연락을 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댓글이나 이메일 등을 받기도 하죠.
그런데 그들이 내 말을 그대로 따라 하거나,
저의 생각을 똑같이 적용하려고 한다면
저는 말리고 싶어요.
제가 정말 바라는 것은
그들이 제 이야기를 각자가 이해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자신의 언어로 다시 표현하는 것이든요.
마치 심리학이나 상담 또는 치료와 같은 것들을
인생의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해 줄
구세주나 만병통치약처럼 받아들이는 인상도 자주 받거든요.
그런데 이런 인식은 지금의 문제를 도피하거나
또는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제가 늘 조심하는 부분이에요.
그래서 저는 제가 추구하는 가치가 담긴 이 글들이
누군가의 마음의 씨앗을 심는 역할을 하는 것까지가 최종 목적지라고 생각해요.
뒤이어 그 씨앗이 어떤 결말로 피어날지는 그 마음의 주인에게 달려있으니까요.
그래서 누군가 제 글을 읽고 "이 사람 말이 맞아"라고 하는 것보다,
"이 사람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내 생각은 이래"라고 말할 수 있다면 더 좋겠어요.
제가 글을 쓰고, 인터뷰를 하고, 책을 내는 것은 모두 수단이죠.
가끔 누군가
"너는 글을 잘 쓰는 재주가 있다.
나는 글을 쓰려고만 하면 머리가 하얘져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데, 넌 참 대단하다"
라고 할 때가 있어요.
그런데 글은
그냥... 지금 제가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일 뿐이에요.
어떤 사람은 그림으로,
다른 사람은 음악으로, 어떤 사람은 일상의 작은 행동으로
그들만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테니까요.
중요한 것은 채널이 아니라 메시지 자체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그 메시지마저도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각자가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하나의 관점일 뿐임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경찰은 범죄가 없는 세상이 꿈일까요?
그러면 그 경찰은 이제 뭐 먹고살죠?
저도 비슷한 고민이 있어요.
결국 제가 바라는 것의 끝에는
사람들이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되는 것이거든요.
그런 꿈이 이루어진다면 전 뭘 하고 있을까요?
지금 진짜로 배가 부른 상태라서 그런지
이런 배부른 생각도 들었어요.
어쨌든
제 글은 사람들에게 의존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독립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요.
저는 완벽한 메신저가 될 수도 없고, 되고 싶지도 않아요.
다만 잠깐 지나가는 길에서 만난 사람처럼,
짧은 대화를 나누고 각자의 길을 걸어가는 그런 존재이고 싶습니다.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작은 의미가 될 수 있다면,
그리고 그들이 그 의미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제가 살아가는 보람이 충분하다고 느낄 거예요.
저는 유명해지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사라지는 것이 목표입니다.
다만 제 메시지는 많은 이들의 각자만의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더 이상 구분되지 않을 때까지 오래오래 남았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