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지?”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이 나와 맞나?”
이런 상황을 조직 가치 불일치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나와 회사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상태입니다.
조사기관 갤럽(Gallup)이 2023년에 전 세계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5명이 “우리 회사가 뭘 하려는지 잘 모르겠다”라고 답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회사와 마음이 맞지 않는 상황에 놓여 있는 셈입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우리 사장님이나 경영진이 진짜 원하는 게 뭘까? 그걸 알아내서 맞춰야지!”
하지만 이는 잘못된 접근입니다.
실제로 많은 경영진조차 자신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명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가치가 뚜렷한 회사를 만날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에도 새로운 문제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즉, 경영진이 가치를 잘 알든 모르든, 문제는 늘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직원 입장에서는 ‘사장님이 뭘 원할까?’를 고민하기보다는,
‘내가 이 회사에서 무엇을 얻고 싶은가?’를 명확히 하고
이를 당장 그 자리에서 하나씩 실천하는 겁니다.
월급만 받으러 다닌다면,
안타깝게도 매우 높은 확률로 틀린 답입니다.
돈은 중요하지만,
모두가 한 마음으로 같은 곳을 바라본다면
사실은 아무도 아무 생각을 안 한다는 뜻이거든요.
그렇기에 익명으로 내 욕망을 써내도
다른 사람이 그 욕망이 내 것임을 알 정도로
뚜렷한 욕망을 회사에 드러내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이런 욕망들이 모여서 회사의 가치가 만들어지기 집니다.
마치 데이트, 가족, 장사, 모험, 흥분, 여유 등의 복합적인 욕망들이
한데 섞인 서커스장처럼요.
그렇다면 경영진은 어떤 기준으로 회사의 방향을 정할까요?
복잡한 철학이나 거창한 비전일까요?
사실 가장 단순하고 직관적인 기준은
“지금 당장 돈이 가장 잘 벌리는 것은 무엇인가”입니다.
많은 경영자들이 “일단 돈을 벌고, 나중에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는 “~만 하면 결혼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기혼자들은 알 겁니다.
결혼은 조건을 채워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는 사람은 그냥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는 결국 지금 당장 돈이 잘 벌리는 것입니다.
만약 경영진이 다른 가치를 추구하고 싶다면,
그 가치를 통해 돈을 더 많이 벌면 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회사의 방향도 바뀌게 됩니다.
대기업은 거대한 기계와 같습니다.
모든 것이 체계적이고 규칙적으로 돌아갑니다.
효율적이지만, 개인의 바람은 뒷전이 되기 쉽습니다.
MIT의 2023년 연구에 따르면,
대기업 직원 10명 중 6명이 "내 일이 회사 전체 목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모르겠다"라고 답했습니다.
마치 거대한 퍼즐의 한 조각이면서도, 완성된 그림을 알 수 없는 느낌이죠.
대기업에서는 조직이 크기 때문에
개개인이 가진 조직가치 불일치가 별 것 아닌 것처럼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규모가 크기 때문에
조직가치 불일치를 겪어서 이미 망가진 조직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새로고침하기가 규모가 작은 조직보다 훨씬 더 어렵습니다.
마치 1인분의 파스타는 요리를 금방 고치거나 새로 만들 수 있지만,
100인분 파스타는 한 번 맛이 틀어지면 수습하기가 더 어려운 원리와도 같습니다.
대기업에서는 한 부서의 문제가 다른 부서로 전파되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문제를 인식했을 때는 이미 조직 전체에 퍼진 상태가 되기 쉽습니다.
따라서 대기업에서 중요한 것은 손쓸 수 없게 망가지기 전에
자신이 이 회사에서 무엇을 원하는지를 명확히 하고
그것을 조직 내, 외부에서 적극적으로 실현하며 사는 것입니다.
대기업의 연봉과 워라밸은 이를 실천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정반대입니다.
빠르게 변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며, 실패를 통해 성장합니다.
그러나 이 속도감은 또 다른 문제를 만듭니다.
방향이 자주 바뀌다 보니 직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각자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분석기관 CB Insights가 2022년에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팀원들이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스타트업이나 규모가 더 작은 조직에서는
개개인이 가진 욕망들이 모인 것 자체가 회사의 가치가 됩니다.
앞서 언급한 1인분의 파스타처럼 쉽게 맛을 바꾸고 수습도 가능하지만,
동시에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단 한 명이라도 멍하게 집단의 흐름에 순응하거나
할 일만 하고 가겠다는 식으로 일하면
옆의 동료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끼치고
조직의 체계 자체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습니다.
10명으로 구성된 팀에서
한 명이 소극적으로 임하면 전체 역량의 10%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과 협업해야 하는 다른 구성원들의 동기부여와 성과까지 영향을 받아
전체적인 손실이 회사 운영과 재정에 치명상을 입힙니다.
따라서 스타트업에서는 대표의 생각에 맞추려 하기보다,
각자가 원하는 바를 솔직하고 치열하게 나누고,
그것을 모아 함께 추구할 방향을 찾아야 합니다.
물론 대표도 한 명의 직원임을 감안하면 이 기준은 대표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겠죠.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회사와 마음이 맞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음과 같은 접근이 필요합니다.
사장님이나 경영진의 마음을 읽으려고 하지 마세요.
내가 이 회사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명확히 하세요.
그 욕망을 숨기지 말고 드러내세요.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지금 당장 가장 돈이 되는 일이 무엇인지 살피세요.
다른 가치를 추구하고 싶다면, 그것으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방법을 찾으세요.
직원들의 욕망에 귀 기울이세요.
결국 회사란 사람들이 모인 공간입니다.
각자의 바람이 솔직하게 드러나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모여 회사의 방향을 만들 때,
모두의 가치와는 맞지 않을 수 있지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일터가 됩니다.
실력이 출중한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각자가 추구하는 연주의 개성이 뚜렷합니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개성이 모인 세계적인 필하모닉에서 연주하는 단원들과 지휘자는
한 마음이 되어 아름다운 음악을 완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