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들이 세차에 열광하는 심리

마음에 묵은 때까지 뽀득뽀득하게

by 황준선

퇴근 후 저녁 또는 주말 동안에 셀프 세차장을 가보신 적 있나요?

옆에서 보면 그냥 차나 닦는 건데, 당사자는 진짜 진지합니다.


마치 소중한 보물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스펀지를 움직이고,

물기 하나하나까지 정성껏 닦아내죠.


사실 자동차 애호가들에게 세차는 그냥 '청소'가 아니에요.

하나의 취미이자,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자,

때로는 명상 같은 시간이거든요.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직접 세차하는 사람들 중 65%가

"이건 그냥 청소가 아니라 나만의 힐링 시간"이라고 대답했다고 해요.


반복의 마법, 마음이 차분해지는 순간

생각해 보세요.

스펀지로 차체를 부드럽게 문지르는 동작, 물로 거품을 씻어내는 과정,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하는 반복적인 움직임...

이런 단순한 동작들이 의외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줘요.


심리학자들도 이런 반복적인 활동이 긴장을 풀어주고 집중력을 높인다고 말해요.

라디오나 유튜브를 틀어놓고 집 청소를 하면서 마음이 정리되는 경험,

다들 있으시죠?


세차도 마찬가지예요.

차를 닦으면서 복잡했던 생각들이 정리되고,

어느새 머릿속이 깔끔해져 있어요.


눈에 보이는 변화의 짜릿함

세차의 가장 큰 매력은 결과가 바로바로 보인다는 거예요.

먼지투성이였던 차가 금세 반짝반짝 윤이 나고,

흐렸던 유리창이 투명하게 변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까지 상쾌해지죠.


이런 걸 '즉각적인 만족'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노력한 것에 대한 결과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을 때

그 성취감이 최고조에 달한다고 해요.


다이어트나 운동은 몇 달 걸려야 변화를 느끼지만,

세차는 바로 그 자리에서

"파리도 미끄러지겠다!" 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거든요.


자동차 = 움직이는 나만의 공간

요즘 자동차는 단순히 '타고 다니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져요.

출퇴근길 나만의 음악을 들으며 생각에 잠기는 공간,

힘들 때 잠시 혼자 있고 싶을 때 피하는 곳,

친구들과 드라이브하며 추억을 만드는 장소죠.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조사에서도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자동차를 "나만의 휴식 공간"이라고 답했어요.

그러니까 자동차는 이제 '제2의 집'인 셈이에요.

오죽하면 퇴근 후에 아파트 주차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겠어요?


집을 깨끗하게 치우고 싶어 하는 마음처럼,

내 차도 정성껏 관리하고 싶어지는 게 자연스럽죠.

tempImage5fpQqa.heic 출처: unsplash

세차는 곧 마음의 세탁

세차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자세히 보세요.

묘하게 평온해 보여요.


물이 차체를 타고 흐르는 모습,

스펀지가 차를 스치는 부드러운 소리,

광택제를 발라 매끄러워지는 표면의 느낌...

이 모든 게 일종의 작은 명상이 되어요.


평소엔 과묵하던 사람들도

세차 방법에 대해 이야기할 때만큼은

장마철이 오기 전에 유막제거를 해야 한다느니,

흰 차에는 타르제거가 필수라느니,

신이 나서 이야기를 쏟아내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실제로 이런 단순하고 반복적인 활동을 통해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거죠.


오직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마음도 차분해지는 거죠.


결국은 자기 자신을 돌보는 시간

집 청소하면서 기분이 좋아지듯이,

자동차 애호가들은 세차를 통해 자신을 돌봐요.


차가 깨끗해지는 만큼 마음도 정리되고,

반짝이는 차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작은 만족감을 느끼죠.


어떤 사람에게는 그냥 귀찮은 일일 수 있지만,

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세차는 특별한 의미가 있어요.


바쁜 일상 속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는 방법이자,

스트레스를 푸는 건전한 취미이며,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아끼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에요.


그러니 다음에 누군가 정성스럽게 세차하는 모습을 보시면,

그냥 차나 닦는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 사람만의 힐링 타임이고,

자기만의 작은 의식이니까요.


어쩌면 우리도 각자만의 '세차' 같은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어요.

keyword
이전 11화한국 도로 위 1%: SUV대신 왜건을 선택한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