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을 상실하면 실패가 두려워요
"취업이 될 것 같으면 준비할게요"
"살 빠질 것 같으면 운동할게요"
"헤어지지 않을 것 같으면 결혼할게요"
요즘 10~20대 사이에서 이런 "되면 한다" 마인드가 정말 많이 퍼지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현실적이고 똑똑한 선택 같지만,
사실 이 뒤에는 우리도 모르는 심리적 변화가 숨어있습니다.
예전 세대는 "일단 해봐!" "하면 된다!"는 식이었죠.
누군가의 지식과 경험을 얻는 것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있던
'무식한' 정신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청년들은 달라요.
확실한 성공 보장이 있을 때만 움직이려고 합니다.
왜 이렇게 변했을까요?
반복되는 실패 경험으로 공부해도 취업이 안 되고,
노력해도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서 집값과 물가는 오르는데 월급은 그대로이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조금만 틀려도 뒤처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무작정 도전하는 건 '무모함'으로 느껴집니다.
그래서 실패하지 않을 방법을 미리 계산하고 탐색하게 되는 것이죠.
요즘엔 정보가 너무 많습니다.
유튜브만 봐도
"헬스 3개월 변화", "부업으로 월 500 달성하기",
"창업 실패담(또는 성공담)", "6개월 만에 원어민처럼 영어 하기" 같은 영상이 넘쳐납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일이 생겨요:
"다른 사람들 보니까 내 몸은 살 안 빠질 것 같아"
"실패한 사람들 이야기 들으니까 창업은 위험해 보여"
"합격 후기 봤는데 나보다 훨씬 똑똑한 사람들이네"
다른 사람의 경험을 마치 내 경험인 것처럼 받아들이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어요.
일란성쌍둥이는 유전자가 100% 같지만,
똑같은 다이어트를 해도, 똑같은 공부를 해도 결과가 달라집니다.
그런데 남과 나는 똑같을 리가 있나요?
다른 사람의 성공담이나 실패담은 참고는 될 수 있어도,
내 결과를 미리 알려주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꾸 남의 결과로 내 미래를 예측하려고 합니다.
무턱대고 나무랄 수도 없는 안타까운 사실은,
지금 사회 구조 자체가 "되면 한다" 마인드를 부추긴다는 것입니다.
능력주의 사회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부모 재력에 따라 기회가 달라지고,
노력해도 공정한 결과를 보장받기 어려우며,
실패하면 모든 걸 개인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화내거나 적극적으로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체념하고 적응하는 게 더 쉽게 느껴집니다.
또한 직접 경험할 틈도 주지 않고 온갖 후기, 리뷰, 평점들이 쏟아져서
내가 하지 않았는데 마치 다 이해했다는 착각을 만들어 줍니다.
이런 것들 때문에 '하면 된다' 대신 '되면 한다'가 일상이 되고,
내 생각과 꿈을 더욱 축소시키며,
그 과정에서 소확행이나 사회 및 교류의 단절 같은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루지 못할 꿈은 꾸지도 않겠다,
번듯하지 못한 나는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겠다는 마음으로요.
심리학자들이 계속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직접 경험하고 부딪혀봐야 진짜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실패도 내가 직접 해봐야 의미가 있어요.
남의 실패담 100개 보는 것보다,
내가 직접 한 번 실패해 보는 게 훨씬 많은 걸 알려줍니다.
그게 더 빠르고 효과적이며,
사실 그게 실패인지 아닌지도 조차도
꽤 많은 세월이 흘러봐야 확인할 수 있어요.
만약 이 말에 큰 거부감이 든다면,
당신은 정체성을 상실한 상태일지도 모릅니다.
내 삶에서 어떤 경험이 나에게 어떤 결과로 다가올지는
오직 나만 알 수 있거든요.
"되면 한다" 마인드가 나쁜 건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죠.
무작정 '하면 된다!'는 것도 스마트한 선택은 아닙니다.
당신이 이미 어느 정도의 세월을 살아왔다면,
그동안 얻었던 경험이 알려주는 메시지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아 이건 해선 안 되는 거구나"라는 직감적인 시그널이요.
그러나 지금 10~20대는 달라요.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세상은 쏟아지는 후기들처럼 돌아가지 않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변수도 많고, 내가 직접 해봐야만 알 수 있는 것들도 정말 많거든요.
남의 성공 공식을 아무리 분석해 봐도,
결국 내 길은 내가 직접 걸어가며 만들어야 합니다.
실패도 좌절도 모두 내 것이 되어야만 진짜 나만의 답을 찾을 수 있어요.
만질 수 없는 경험 없이 '이해했다'는 것은 완전한 착각입니다.
누군가의 성공이 10년만 지나면 불행의 씨앗으로 판명되기도 하고,
인생이 무너지는 듯한 실패도 성공의 거름이 되기도 하거든요.
실패가 두려워서 시도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지만,
사실 실패를 실패라고 확인할 만한 능력이 아직 없을 걸요?
그러니 '하면 어떨까?'라는 마음까지 접으면 안 됩니다.
아 물론! 하면 어떨까라는 마음이 들고 나서,
실제로 하든 말든 그건 본인의 선택이죠.
다만, 남들이 싫다고 해도 '내가 하면 좋아할 수도 있을까?',
남들이 그건 말도 안 된다고 했을 때 '진짜 말이 안 될까?'라는 마음을 잃지 마세요.
그 마음까지 잃으면,
나의 인생에서 주연 배우 역할을 잃는 거나 마찬가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