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향한 비난이 자신에게 향하는 현상
여름이 오면 어김없이 벌어지는 광경이 있다.
관광지마다 터져 나오는 바가지요금 뉴스,
그리고 "차라리 해외로 간다"며 등을 돌리는 사람들의 모습.
왜 우리는 해마다 같은 일을 겪으면서도 근본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 걸까?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중 69.6%가 국내 여행을 선호한다고 답했지만,
막상 휴가철이 되면 제주도나 강원도 같은 인기 여행지에서는
평소보다 2~3배 비싼 가격표를 마주하게 된다.
관광지 상인들이 성수기에 가격을 올리는 심리는 명확하다.
"올해 여름이 마지막인 것처럼" 장사를 하는 마음이다.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여름은 온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당장 눈앞의 수익에만 집중한다.
이런 마음을 '한탕주의'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상인들의 행동을 쉽게 비판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여 '오래' 버는 것이 훨씬 이득이니까.
그렇다면 해외여행을 택하는 관광객들은 어떨까?
국내에서 바가지를 쓸 바에야 차라리 해외로 가서 제대로 즐기자는 마음,
언뜻 합리적인 선택 같아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놓치기 쉬운 사실이 있다.
해외여행을 선택하는 순간, 관광객들도 똑같은 심리 구조 안에 있다는 점이다.
"내가 지금 당장 즐겁고 만족스러우면 된다"는 마음으로 선택을 하는 것이다.
해외여행으로 빠져나간 돈은 국내 경제 순환 고리를 끊어버린다.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돈은 국내 경제가 활발할 때 더 많이 벌 수 있다.
물론 여행객이 국내 경제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당장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을 얻기 위해 해외여행을 택하는 건 사실이다.
조금 더 무리를 해서라도 당장의 만족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이 역시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는 한탕주의적 태도와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바가지요금을 매기는 상인과 해외로 떠나는 관광객은 서로 다른 위치에 있지만,
꽤나 비슷한 심리를 공유하고 있다.
둘 다 "지금 당장 내게 좋은 것"을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만약 지금의 관광객들이 관광지에서 장사를 하게 되고,
지금의 상인들이 여행을 떠나는 관광객이 된다면 어떨까?
아마도 결과는 똑같을 것이다.
새롭게 상인이 된 사람들은 성수기에 가격을 올리려 들 것이고,
새롭게 관광객이 된 사람들은 바가지요금에 질려서 해외로 눈을 돌릴 것이다.
왜냐하면 문제는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심리적 패턴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다.
상인들이 해외로 떠나는 관광객을 원망하고,
관광객들이 바가지요금을 씌우는 상인을 비난할 때,
사실 그들이 향하는 미움은 상대방을 향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향한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상인이 "관광객들이 해외로만 가서 우리 지역 경제가 어려워진다"라고 불평할 때,
그는 사실상 자신과 같은 심리로 행동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것이다.
관광객이 "상인들이 바가지만 씌워서 국내 여행이 재미없다"라고 불만을 토로할 때도 마찬가지다.
결국 자신과 똑같이 당장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원망하고 있는 셈이다.
휴가철 관광 문화는 우리의 모습을 고스란히 비춰주는 거울과 같다.
3~4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최대한의 만족을 얻으려는 관광객의 마음도,
성수기 몇 달 동안 1년 치 수입을 올리려는 상인의 마음도,
모두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
우리는 서로를 비난하면서도,
사실은 똑같은 심리 구조 안에서 살고 있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당장"에 익숙해졌고,
장기적 관점보다는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마음이 자연스러워졌다.
과연 누가
바가지요금을 받는 장사꾼을 비난할 자격이 있으며,
해외여행을 떠나는 여행객들에게 외화유출이라며 손가락질할 자격이 있을까?
우리는 서로를 비난하는 우리일 뿐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