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브런치 식구들을 위한 글
혹시 최근에 치킨 시켜드셨나요?
아마 대부분이 "네, 지난주에 한 번... 아니 어제도..." 하실 것 같은데요.
요즘 프랜차이즈 치킨이 평균 2만 3천 원 정도 하고,
음료에 배달료까지 더하면 2만 8천 원 정도 나오죠?
"아, 요즘 치킨 너무 비싸다" 하시면서 그래도 주문하셨을 거예요.
그런데 작가의 꿈을 꾸고 계신 여러분,
여러분이 쓰실 책의 가격이 치킨값보다 저렴하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맞습니다.
일반적인 단행본 정가가 보통 1만 5천 ~ 2만 원 선이거든요.
즉, 여러분이 몇 달, 어쩌면 몇 년에 걸쳐 혼신을 다해 쓸 책이
어제 한 시간 만에 뜯어먹은 치킨보다 저렴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과거에는 정반대였다고 해요.
1930년대 조선시대만 해도
소설책 한 권이 40~80전이었는데,
장국밥이 20전, 냉면이 30전이었다고 하거든요.
즉, 책 한 권이 외식 2~3번 값이었어요.
1970년대에도 짜장면 한 그릇이 100원일 때
소설책은 800~1200원 정도였고요.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미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에서도
20세기 중반까지는 책 값이 치킨이나 피자 같은 대중 음식보다 훨씬 비쌌거든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관계가 완전히 뒤바뀐 거예요.
2014년부터 시행된 도서정가제가 책의 가치를 보호하려 했지만(논란의 주제이지만 어쨌든!),
이미 대량생산과 온라인 유통, 전자책 확산으로
책의 '희소성'은 사라진 상태였어요.
책 관련 산업도 책의 가격을 올리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이 사볼 수 있도록 저렴하게 유지하는 쪽을 선택했죠.
10년 전 치킨이나 미용실 가격을 책의 가격과 비교해 보면,
가격이 오르지 않은 것은 책입니다.
냉정한 현실은요,
지금의 사람들이 즉석에서 얻는 만족을
책이 주는 가치보다 더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거예요.
글을 열심히 쓰고 있는 여러분들에겐 씁쓸한 현실일 수 있지만,
그게 현실이에요.
책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괜찮은 것'이 되었고
치킨은 '스트레스받는 날엔 꼭 필요한 것'이 되었어요
이 이야기를 꺼낸 건 여러분을 실망시키려는 게 아닙니다.
저도 책을 출간하고 나서야 "와 정말로 그렇구나" 깨닫게 된 거니까요.
그래서 이 현실을 어떻게 하면
더 똑똑하게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생각해 보세요.
한 번 먹고 끝나는 치킨 vs 오랜 기억에 남을 감동
30분의 즐거움 vs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깨달음
칼로리와 포만감 vs 지식과 안정감
치킨이 주는 짜릿함보다
우리의 책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행복을 줄 수 있으면 되는 거죠.
요즘 사람들이 책보다 스마트폰을 더 많이 보는 것도 사실이고,
긴 글보다 짧은 영상을 선호하는 것도 맞아요.
그래서 훨씬 더 긴 호흡이 담긴 책으로 승부를 보는 게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이 적어집니다.
"치킨 한 번 사 먹을 돈 아껴서 저 책을 사야지"
라는 마음만 들게 하면 되거든요.
또 다행인 소식은,
여전히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고,
좋은 책을 기다리는 독자들도 많다는 사실이 위안을 줍니다.
광화문 교보문고를 찾아가 보니,
아직도 사람들로 북적이더라고요.
우리의 책이 그 독자들에게
'치킨보단 더 맛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 수 있다면,
이미 시장에서 증명받은 작가라는 뜻이 되는 마법!
이 글을 읽으면서 "헉, 정말 그러네!"라고 놀라셨을 여러분,
저와 같은 마음이시겠죠?
하지만 낙담하지 마세요.
이 현실을 정확히 알았으니까,
이제 더 좋은 책을 쓸 동기가 생긴 거잖아요.
내 경쟁 상대는
똑똑하고, 잘나고, 어딘가 대단한 '작가'의 책이 아니라,
퇴근 시간에 맞추어 배달시키는 치킨 12조각일 뿐입니다.
좋은 글을 써야한다는 부담을 느끼는 분들
구독자가 안 늘어서 스트레스를 받는 분들
내 글엔 왜 이렇게 좋아요와 댓글이 적을까 고민하는 분들
(그리고 거기에 모두 해당하는 저 같은 사람들까지!)
이렇게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쓴다면,
치킨값보다 싼 책이라도,
치킨보다 훨씬 더 큰 가치를 줄 수 있는 책을 쓸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