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원인은 '주객전도'

성수대교와 삼풍 백화점 붕괴부터 예견된 재난

by 황준선

공무원이 되기 위해 선택한 선생님이란 직업,

결론이 정해진 연구 주제,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어서 찾는 배우자,

잠을 깨기 위해 마시는 커피,

고연봉을 위해 택한 의사라는 직업,

SNS 인증을 위해 떠나는 여행...


이 모든 것들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만들었습니다.




본질을 잃고 욕망만 남은 시대

1994년 성수대교 붕괴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그리고 최근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대기업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들.


언뜻 전혀 다른 사건들 같지만,

이들은 모두 같은 뿌리에서 나온 비극입니다.


바로 주객전도,

본래의 목적은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은 욕망이 불러일으킨 참사들이죠.


다리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강을 건너라고 있는 것이고,

백화점은 고객들이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게 하려고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본질적 목적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오직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는가'만이 최우선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이 끔찍한 재난들이었어요.


1990년대의 비극: 본질을 잃은 기반시설들

성수대교, 건널 없는 다리가 되다

1994년 10월 21일 아침,

성수대교가 무너져 32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다리의 본래 목적은 무엇일까요?

사람들이 안전하게 강을 건너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많은 사람들의 삶이 더 편리해지는 것이죠.

이것이 다리 건설의 본질이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경제적 이익은 그 본질 위에 존재하는 가치이죠.


그런데 성수대교는 어떠했을까요?

건설 과정에서부터 안전은 뒷전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점검과 보수에 드는 비용을 아끼는 것이 우선이었죠.


그 결과 다리는 사람들이 건널 수 없는 죽음의 함정이 되어버렸어요.

주객이 완전히 전도된 셈입니다.

tempImagexnA7Jx.heic 출처: 나무위키

삼풍백화점, 쇼핑이 아닌 공포의 공간으로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이 통째로 붕괴하며 50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백화점의 존재 목적은 무엇인가요?

고객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고객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그 결과로 기업이 이윤을 얻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서죠.


하지만 삼풍백화점은 이 순서를 뒤바꿔놓았습니다.

고객의 안전과 편의보다는 "하루라도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것"이 최우선이 되었어요.


건물 곳곳에서 균열이 보이고 붕괴 위험 신호가 나타났는데도,

대피 명령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하루 영업 손실이 아까워서" 말이죠.


본질인 "고객의 안전한 쇼핑"은 사라지고,

욕망인 "당장의 매출 극대화"만 남은 것입니다.


그 결과 백화점은 한순간에 공포와 죽음의 공간이 되어버렸어요.

tempImagencK12x.heic 출처: 나무위키

1990년대 한국, 본질을 잃어버린 사회

두 사건은 당시 한국 사회 전체가 주객전도 현상에 빠져있었음을 보여줍니다.

'빨리빨리' 성장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모든 것의 본래 목적은 흐려지고 오직 경제적 성과만이 절대적 기준이 되었어요.


기업들은 "고객을 위해 존재한다"는 본질을 잊고 단기 이익에만 몰두했습니다.

정부도 "국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본분보다는 경제 지표 개선에만 신경을 썼죠.


무거운 본질은 사라지고,

가벼운 욕망만 남은 시대였습니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붕괴는 이런 주객전도 현상이 낳은 필연적 결과였어요.


2020년대의 새로운 재난, 그리고 여전한 주객전도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재난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들이죠.


디지털 시대에 개인정보 보호 시스템은

과거의 다리나 건물만큼이나 중요한 사회 기반시설입니다.


이 시스템의 본래 목적은 무엇일까요?

고객들의 안심하고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기업들은 자신의 사업 아이템이 가진 본래 역할을 망각하고,

이윤 창출이라는 욕망에만 사로잡혔습니다.

그 결과 수백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재앙이 벌어진 것이에요.


내가 닿는 모든 곳에 퍼진 주객전도

주객전도는 세상 모든 곳에선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공무원이 되기 위해 선택한 선생님이란 직업,

결과가 이미 정해진 연구 주제,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어서 찾는 배우자,

잠을 깨기 위해 마시는 커피,

고연봉을 위해 택한 의사라는 직업,

SNS 인증을 위해 떠나는 여행 등...


주객이 뒤집힌 세상을 만든 건

'잘 산다는 것'이라고 믿었던 꼼수였던 것이죠.


그러니, 무한히 기업들만을 탓하는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의 태도에 치열하게 맞장구를 쳐주었을 뿐이니까요.


그러니 나라는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나부터 주객전도를, 다시 전도시키는 작업입니다.

지금 아무리 분노한들

2주 후면 금세 사라진다는 거

우리도 기업도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주와 객을 구분하는 일!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뭐~" 하는 마음이

나와 사랑하는 가족의 목숨을 위협하는 안일한 태도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끝으로 글을 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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