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북토크 후기
눈 뜨면 가을이 끝나있을까 두려운 요즘,
노한동 작가의 북토크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덕수궁 돌담길을 지나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 가니 아늑한 공간이 나오더라고요.
노한동 작가의 책,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은
대한민국 공직 사회가 얼마나 주객전도의 상황인지 이야기합니다.
신인 작가가 서점의 정치/시사 분야에서 9위를 차지하고 있으니
울림이 있는 글임은 분명합니다.
2만 권 판매를 앞둔 지금, 출판사에선 작가를 갓한동이라고 한대요.
책과 북토크 내용 중 일부를 언급하자면,
공무원 세계의 '보고서'가 있습니다.
지금도 높은 사람이 읽기 쉬게 극도로 단순화된 한 장 짜리 요약 보고서를 위해
수많은 공무원들이 밤낮없이 매달리고 있습니다.
어딘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지만,
하나씩 뜯어보면 '청소 더 자주 하겠다', '쿠폰으로 지방 산업 살립시다' 정도 수준의 글인... 그거요.
뭔지 아시죠?
작가는 이 보고서의 역사를 설명합니다.
흥미롭게도 이 보고 방식은 과거 전쟁 시기
미군이 전장에서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도입했던 것으로,
군사정권 시절 우리나라에 공식화되어
지금까지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전시 상황의 긴급함과 효율성을 추구했던 시스템이
평시의 복잡하고 섬세한 행정업무에까지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셈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과거의 것을 개선하지 않고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죠.
정작 미국과 일본은 이런 보고서를 더 이상 사용하지도 않는데 말이죠^^;;
공무원 세계일 뿐일까요? 지금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이런 주객전도 현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업은 서비스의 본질을 잊어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일으키고,
안정적인 직업을 찾아 교사가 된 사람과 자기 욕심으로 아이를 키우는 어른이 만든 교육,
거주보다 투자의 목적으로 떡칠된 부동산 투기 과열도 그렇죠.
곧 추석이 다가오는데요, 흔히들 명절 스트레스도 명절의 본질보다 겉치레에 집중하기 때문이겠죠.
갑자기 시사고발 같은 글이 되었지만, 사실 이 글의 핵심은 이게 아닙니다 ㅎㅎㅎ
제가 출판사로부터 연락을 받고 책을 집필할 때, 노한동 작가의 책을 접했습니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가 주객전도임을 알아차리고
저도 책을 쓴다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그 본질을 잊지 않고자 다짐했죠.
그래서 좋은 책이 나올 수 있었다고 노한동 작가에게 Q&A 시간에 알려드렸습니다.
작가가 되어보니, 이 책이 세상에서 어떤 쓰임새를 할까 가장 궁금하더라고요.
그리고 그런 피드백을 주는 사람들이 가장 감사했고요.
그래서 같은 작가의 마음으로, 그리고 진짜로 이 책에 대해 느낀 점을 담아 제 생각을 공유했습니다.
그리고 북토크를 다녀오니, 몇 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단, 한 분야에 10년을 제대로 보내면, 전문가 반열에 들 수 있다는 걸 한 번 더 확인했습니다.
작가가 이끄는 강연을 보니, 10년을 밀도 있게 보냈다는 사실을 바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노한동 작가는 자신을 공직 사회 밖에서 공무원 사회를 비판하고 감시하는 역할,
즉 올바른 질문을 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질문하는 사람이라... 그렇다면 결국 누가, 누구를, 왜 질문하느냐가 중요하겠죠.
그렇다면 반드시 이런 딜레마를 마주할 겁니다.
'어쨌거나 공무원과 얽혀있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이어갈지,
또는 그 범위를 넓혀야 할지 결정할 시기요.
공직 사회를 비판하고 그곳에서 뛰쳐나왔지만,
공직 사회라는 키워드가 없이는 자신이 판매가 되지 않는 그런 역설적인 상황을 맞닥뜨릴 테니까요.
어떤 선택을 하든 쉽지 않을 테지만,
그것이 바로 진정한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마주해야 할 딜레마인지도 모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책이 나오고, 한 달 만에 초판이 다 팔릴 만큼 성적이 괜찮지만,
이것이 저에게 또 다른 선택의 기로에 서게 하겠죠?
과연 저는 '책을 내본 적 있는 사람'으로만 머물 것인지,
아니면 '작가'라는 것이 더 먼저가 되는 삶이 될지요.
제가 만약 다른 회사를 지원할 때,
책을 내었다는 게 회사 입장에서는 그다지 매력적인 흔적은 아닐 테니까요.
아무튼, 뭐 이런저런 생각들을 했습니다!
전, 현직 공무원들로 가득했던 북토크에서
일반 직장인이자 신인 작가로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저도 크고 작은 북토크들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여러분들을 만날 날을 기대하며 글을 마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