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인 아빠로부터 엄마를 구출하고 싶은 딸의 사연

내 인생을 챙겨서 가족을 위로한다는 것

by 황준선

그 여자의 사연

부모님은 결혼 30년이 다 되어가며 삼남매를 두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와 자녀들에게 반복적으로 폭력을 행사했고, 그 영향으로 저희 남매는 공황이나 우울증 같은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어릴 때 어머니가 맞는 모습을 본 기억과, 부모 싸움을 말리다 아버지에게 맞았던 경험은 지금까지도 트라우마로 남아 있습니다.


아버지는 얼마 전까지도 신체적 폭력을 사용했습니다. 어머니의 목을 조르고 벽으로 밀치는 장면을 남동생이 목격하고 말리다 몸싸움이 벌어진 이후로 신체적 폭력은 멈췄지만, 현재까지도 욕설과 비난 등 정서적 학대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자녀와 가정에는 무관심했고, 모든 시간과 돈을 친가에 쏟아왔습니다. 주말마다 친가를 찾았고, 과거에는 함께 가지 않으면 어머니를 폭행했습니다. 반면 외가는 거의 가지 못했습니다. 제사나 친가 모임 때마다 음식 준비와 상차림, 뒷정리, 청소까지 모두 어머니 혼자 감당했고, 시댁 식구들은 돕지 않거나 어머니를 무시했습니다. 할머니는 폭력을 알고도 어머니에게 참고 살라고 했고, 오히려 어머니를 헐뜯었습니다.


아버지는 집안일을 전혀 하지 않으며, 밥 시간이 조금만 늦어도 어머니에게 욕을 합니다. 어머니 역시 같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음에도 배려는 없었습니다. 친가에 가면 아버지는 술만 마시고, 어머니는 여러 밥상과 술상을 모두 책임집니다.


어머니는 정이 많고 여린 성격으로 자녀에게 헌신하며 살아왔고, 오래전부터 이혼을 원하지만 경제적 이유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녀들이 수없이 어머니를 잘 대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아버지는 변하지 않았고, 밖에서는 다정한 남편인 척합니다.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어머니를 도울 방법을 찾지 못해 막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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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의 답변

폭력은 그 어느 상황에서도 정당화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폭력에 대해서는 다른 분들의 조언을 참고해서 잘 처리하셔야 합니다. 그런데 '폭력'이라는 단어를 쓰면 상황을 합리적으로 볼 수 없어요. 선과 악, 옳고 그름의 프레임으로 바라보게 되거든요.


저는 이 사건을 다른 측면으로 바라보고 실질적인 도움을 드려볼게요. 이 사태에서 '폭력'이라는 단어를 한 번 제거해 보죠. '아버지는 틀리고, 엄마는 옳다'라는 프레임을 없앤 채 사건을 바라보는 겁니다.


둘은 사실 각자의 이득에 맞게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남자는 자기 벌이로 가족에서 왕처럼 군림하며 살고, 여자는 거기에 맞춰주는 대가로 끼니와 생계를 해결하는 중이죠. 그중 한 명이라도 싫으면 결혼 생활은 유지되지 않습니다. 남자도 자기 경제력과 신체적 능력이 다른 여자한테는 먹히지 않는다는 걸 압니다. 즉, 능력이 더 좋거나 신체적 능력이 뛰어나거나, 집안이 좋은 여자를 휘어잡을 만한 능력은 없는 거죠. 딱 지금 남자의 수준에서 맘껏 횡포를 부려도 받아줄 만한 여자랑 살고 있는 겁니다.


여자 또한 대리기사를 하든, 편의점 알바를 하든, 청소 용역이든 나가서 먹고살려면 먹고살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일할 의지만 있으면 최소한의 생계는 해결되는 나라예요. 그러나 해본 적이 없다, 나는 할 수 없다는 핑계로 남자에게 맞춰주고 그 대가를 바라보고 사는 겁니다. 거기에 '폭력'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니 한쪽이 나쁘고 한쪽은 착한 사람처럼 보일 뿐이죠.


자, 그렇다면 작성자님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리가 안 잡혔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연봉 1억짜리 직업을 갖게 되면, 집 장만해서 어머니 모시면서 그간 어머니의 상처를 치유해 드리면서 행복한 모녀, 가족 관계로 살 수 있을까요? 어머니가 갑자기 새 삶을 찾은 사람처럼 행복하고 자기 삶을 꾸려나가고, 아버지는 지난날을 후회하며 반성하며 멋진 남편으로 거듭날까요? 그런 일은 없어요. 연봉 10억이 된다 한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그건 돈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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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작성자님은 자기 삶에 집중해야 해요. 집중한다고 좋게 표현했지만,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자기 앞가림도 못하면서 남을 어떻게 돕느니 하는 건 세상물정을 너무 모르는 소리입니다. 가혹하게 들리겠지만, 어머니는 어머니의 사정으로 놔두고, 오빠와 동생들의 상황도 그들에게 맡기고, 지금은 스스로의 앞날에 대해서만 생각할 때입니다.


이제 대학교를 졸업하거나 또는 취직을 막 했거나 취직을 준비하고 있을 시기일 것 같거든요.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참 중요합니다. 그 귀중한 시간에서 인생의 우선순위를 '어머니를 구원해야 한다'는 마음에 두면, 작성자님 인생이 잘못 흘러가고, 희한하게 아버지 같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게 될 거예요.


반면에 10년 동안 인생을 밀도 있고 값지게 보내면, 어느덧 작성자님만의 행복한 가정이 꾸려져 있을 겁니다. 그럴 때 나의 가족과 자녀에게는 똑같은 아픔을 되물려주지 않으면 되는 거예요. 어머니와 동생이 받은 상처는, 미래의 나의 가족에게는 물려주지 않음으로써 어머니와 동생의 상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겁니다.



우리가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상황을 쉽게 ‘옳고 그름’의 틀로 분석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상의 대부분의 일은 그렇게 단순하게 나뉘지 않습니다. 복잡하게 얽힌 사정들을 하나씩 풀어낼 때에야 비로소 의미 있는 상담이 가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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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금의 사연처럼 ‘가족’과 ‘폭력’이라는 요소가 함께 얽힌 상황에서는 이런 작업이 더욱 어렵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가족인데”, “폭력은 무조건 나쁜 건데”라는 인식이 너무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족은 남이 아니고,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상담이 ‘가족을 무조건 사랑하라’ 거나, ‘폭력을 행한 사람을 단죄하라’는 방향으로만 흘러가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만약 이 사연에서 어머니 본인이 상담을 요청했다면, 저는 전혀 다른 답변을 했을 것입니다. 가정폭력이라는 상황의 직접적인 당사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사연의 주체는 당사자가 아니라 그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제3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답변을 드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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