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자해로 고통 받는 학생의 사연

자책을 자책하지 않는 것, 그리고 신체 활동으로 심리 회복 시작하기

by 황준선

학생의 위치에 있음에도 과도한 기대와 책임을 떠안으며 감정적·신체적으로 한계에 몰린 상태.

그로 인해 자기 통제력과 마음의 균형이 무너짐.

지금 필요한 핵심은 자신을 더 몰아붙이지 않는 태도와,

생각을 멈추게 해줄 규칙적인 신체 활동을 통해 무너진 리듬을 회복이 우선임.



그 학생의 사연

요즘 너무 버겁습니다.

공부만 해도 충분히 힘든데, 원하지 않았던 여러 책임까지 한꺼번에 떠안게 됐어요. 단순히 직임을 맡아 일을 하는 정도라면 괜찮았을 텐데, 문제는 주변의 어른들이 제게 기대하는 게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아직 학생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어른처럼 상황을 정리하고, 책임지고, 버텨주길 바라는 느낌이에요.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담임 선생님은 나쁜 분은 아니지만 예민하고 권위적인 면이 있고, 저를 많이 의지하십니다. 공식적인 역할을 맡은 것도 아닌데 일이 계속 몰리고, 자주 혼나고, 행사 때마다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을 제가 케어해야 하는 상황까지 생깁니다. 그럴수록 제 자리는 점점 학생이 아니라 ‘관리자’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학교 밖에서도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조직 내부에 갈등이 생긴 와중에, 그 한가운데서 역할을 맡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계속 듣게 됐습니다. 아직 준비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상황 설명과 기대, 책임감을 한꺼번에 떠안는 전화 통화를 오래 하고 나니, 그날 이후로 제 정신 상태가 눈에 띄게 무너졌다는 걸 느꼈어요.


이후로는 모든 게 부정적으로 보이고, 스스로를 컨트롤하기가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친한 사람들에게 계속 힘든 이야기만 하게 되고, 짜증과 화가 늘었어요. 예전부터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을 다루는 방식이 조금 거칠긴 했지만, 최근에는 그 강도가 더 세졌습니다. 혼자 있을 때 스스로를 때리거나, 살을 깨물거나, 손톱을 심하게 물어뜯는 행동이 잦아졌고, 그 흔적을 다른 사람이 보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하는 상황 자체가 또 다른 불안이 됩니다.

지금은 정말 모든 걸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물론 진짜로 그럴 건 아니지만요...ㅠㅠ


너무 힘들어서 상담을 받아보고 싶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렇게라도 털어놓아 봅니다. 사실 당장 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어서, 이 글을 쓰고 나면 다시 공부하러 가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에휴 그냥 다 끝내버리고 싶다는 생각입니다ㅠㅠ

심리학자의 답변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해결책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자책을 자책하지 않는 것입니다.

머리를 때리거나, 손톱을 물어뜯고, 뺨을 때리는 행동 자체가 꼭 큰 문제라고 할 순 없어요.

어른들도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죠?

감당하지도 못할 만큼 매운 닭발이나 마라탕에 소주를 마시는 게 몸에 얼마나 해로운지 알면서도 왜 할까요?


인간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선 안에서 자신을 괴롭히며 일시적인 안정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롤러코스터가 재미있는 이유도 ‘안전하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죠.


중요한 기준은 하나입니다.

그 행동이 영구적인 흉터나 되돌릴 수 없는 문제를 남기느냐입니다.


예를 들어, 작성자님과 비슷한 성향의 사람 중에 자기 머리카락을 뽑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이런 행동이 반복되면 해당 부위에 머리가 다시 자라지 않게 돼요.

탈모는 현대의학으로도 되돌리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에, 이런 행동은 멈추는 게 좋겠죠.

몸에 큰 흉이 남는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어른들에겐 술을 마실 권리는 있지만, 간암이 걸릴 때까지 과도하게 마시면 안되는 것처럼요.


이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자책으로 하는 그 행동 자체를 또다시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이기도 합니다.

작성자님이 이상하거나 미친 사람이라서 그런 게 아니니까 안심하세요!


두 번째는 몸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지금 작성자님은 생각이 너무 많아, 그 생각들에 완전히 압도된 상태입니다.

어떤 상담을 해드려도, 그 조언에 대해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이유’,

‘나는 할 수 없는 이유’,

‘당장은 시도할 수 없는 이유’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게 될 겁니다.


이 상태에서는 아무리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해도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건 생각을 정리하는 말이 아니라, 신체 활동입니다.

하루에 한 번 반드시 몸에 땀이 났다고 분명히 느껴질 정도로 운동을 하세요.

낮에 밖으로 나가서 해를 받으며 잠시 걷는 것도 포함시키세요.


지금 상태에서는 생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순 없어요.

그대신 몸을 움직이는 게, 이 국면을 벗어나는 데 훨씬 현실적인 도움이 됩니다.

두 달만 이 루틴을 지켜도 마음이 훨씬 가벼워지고 많은 문제들이 저절로 해결될 거예요.



왜 이런 답변이 필요했을까요?

궁금한 사항 댓글 달아주시면 답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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