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과 무기력을 극복하기 위한 심리학자의 조언
유학 중 우울과 성적 부진으로 한국 귀국을 고민하는 학생에게 졸업을 권하는 이유를 심리적 관점에서 정리.
유학 포기는 재정 문제가 아니라 매몰비용과 패배감이라는 장기적인 심리 부담을 남길 수 있음.
‘하고 싶은 일 찾기’는 귀국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당장의 문제를 직면하는 시간이 결국 진짜 적성을 만듦.
저는 현재 캐나다에서 5년째 유학 중이며, 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유학 생활을 하며 이전부터 막연하게 느껴왔던 고민이 대학에 들어온 이후 더 선명해졌습니다.
과연 이 길을 계속 가는 게 맞는지,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질문하게 됩니다.
원래도 멘탈이 강한 편은 아니고, 우울감도 있는 상태인데
대학 공부에서 벽을 느끼면서 이 감정들이 더 깊어졌습니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다 보니 자신감은 점점 줄어들고,
이제는 애써 버티기보다는 체념에 가까운 상태가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약 3년만 더 버티면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는 점이 고민을 더 복잡하게 만듭니다.
조금만 더 견디면 끝이 보이는데, 이대로 계속 버티는 게 맞는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힘든 캐나다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
재정비한 뒤, 제 관심사에 맞는 공부를 새로 시작하는 게 맞는지 갈피를 잡기 어렵습니다.
유학 생활이 재정적으로도 큰 부담이 되는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쯤에서 정리하는 게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캐나다에서의 성적이 좋지 않은 편이라 한국 대학으로의 편입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결국은 여기서 어떻게든 버티는 게 더 나은 선택은 아닐지 다시 고민하게 됩니다.
혼자서는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
조언을 구하고 싶어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저도 20대 전부를 미국에서 보냈기에, 어떤 마음인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반가운 마음, 선배의 마음, 그리고 심리학자의 마음을 모아서 결론부터 말씀드릴게요.
캐나다에서 학위를 마무리하세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저는 심리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보겠습니다.
첫째, 한국으로 돌아온다고 해서 지금의 우울과 무기력이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더 커질 가능성이 큽니다.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선택은, 솔직히 말하면 ‘정리’라기보다는 ‘포기’잖아요.
고등학생 때부터 이어져 온 시간과 선택을 한 번에 리셋하는 일이니까요.
이걸 어려운 말로 매몰비용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식당을 하나 열기 위해 건물 계약을 하고, 집기를 사고, 테이블과 의자를 들이고, 수저부터 청소도구까지 하나하나 준비했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든 개업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면, 그동안 들어간 비용은 모두 날아가죠.
이미 써버렸고, 되돌릴 수 없는 비용. 그게 매몰비용입니다.
작성자님의 현재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 필요한 마음의 매몰비용이 정말 커요.
포기하고 도망친 기억은 결코 가볍게 남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얼마나 성공적인 대학 생활과 20대를 보내야 그 패배감을 상쇄할 수 있을까요?
평생을 노력해도 “그때 캐나다에서 조금만 더 버텨볼 걸”이라는 생각이 졸졸 따라다닐 겁니다.
그런 마음의 족쇄를 달고 사느니 캐나다에서 졸업까지 마치는 게 더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둘째, 한국에 돌아와서 재정비하고 내가 원하는 걸 찾겠다는 생각... 그런 건 없어요.
환상이죠 환상 ㅎㅎㅎ
현재에서도 찾지 못한 걸, 한국에 간다고 해서 갑자기 찾게 되는 일을 발생하지 않아요.
이게 캐나다라서 안 되고, 한국이라서 된다는 지역과 문화의 문제가 아닙니다.
‘원하는 것을 찾는다’는 개념 자체가 잘못 설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원하는 걸 찾고 → 거기에 몰입해서 → 배우고 성장하고 → 성공한다’
이 루트를 이상적인 인생 경로처럼 믿게 됐죠.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원하는 게 보물상자처럼 어딘가에 숨겨져 있어서, 그 상자를 찾아 뚜껑을 열기만 하면
그때부터 열정이 치솟고 인생이 풀릴 거라 믿죠.
아주 허무맹랑한 이야기입니다.
원하는 것을 찾는 것은
절실한 마음으로, 가리지 않고, 도망치지 않고
머리부터 들이밀며 무언가를 하다가
“아, 내가 이걸 좀 잘하는구나”
“이상하게 이 일은 잠을 안 자도 피곤하지 않네”
이런 감각을 통해서 ‘좋아함’과 ‘적성’을 이해하게 됩니다.
속된 말로 "내가 좀 친다"라는 느낌을 받을 때까지는 10년 정도의 세월이 걸려요.
그러니 한국에 가서 원하는 걸 찾겠다는 생각은 내려두세요.
지금 계신 캐나다에서,
지금 느끼는 우울, 절망, 고립감 이 모든 것을 양분 삼아 버텨내는 것부터 시작하셔야 합니다.
“잘할 수 있다”,
“한국 와도 괜찮다”,
“쉬어도 된다”,
“우울증 약의 도움을 받아라”
같은 말을 하지 않은 이유는, 그런 말들이 지금의 작성자님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 아주 작은, 그러나 실질적인 제안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하루에 한 번, ‘아, 땀이 났다’고 분명히 느낄 정도로 운동을 하세요.
그리고 지금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을 하고 있을 거라 추측이 되는데요, 그 리듬부터 다시 맞추시고요.
인생을 바꾸기 전에 자기 자신의 낮과 밤부터 바꾸는 게 먼저입니다.
'착하고, 섬세하고, 독특하고, 완벽주의자인 당신을 위한 문장들'이라는 책이 있어요.
이 책에서 마음에 드는 솔루션을 찾아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실천해 보는 것도 추천할게요.
지금은 도망치지 않는 하루를 아주 작고 소소한 것부터 하나씩 쌓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작성자님이 캐나다 대학 졸업장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이라면
고등학교 때 진작 돌아왔을 거예요.
지금 그 학교에 입학했다는 사실은, 졸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이기에 입학한 거예요.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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