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람 한 명 감옥에 보내는 걸로 이야기가 끝나면 안 된다
이슈가 되는 뉴스에는 공통적인 구조가 하나 있다
대중이 복잡한 사건 앞에서 '간단한 설명'을 선택하는 패턴
그 패턴을 부수는 게 eigen knot의 역할
07.
3 knot의 주제를 고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강북 모텔 살인 사건.
뉴스를 본 순간 알았어요.
이건 써야 한다.
그런데 이유가 좀 복잡합니다.
끔찍한 사건이라서가 아니에요.
사건을 둘러싼 반응이 너무 익숙했기 때문입니다.
"사이코패스였다."
"원래부터 잔인한 인간이었다."
댓글창이 이 단어들로 채워지는 걸 보면서,
1 knot를 쓸 때와 같은 감각이 왔어요.
충주맨 사건에서 대중이 '왕따설'이라는 서사를 만들어낸 것처럼,
이번에도 '사이코패스'라는 한 단어가 모든 질문을 닫아버리고 있었습니다.
괴물 하나만 잘라내면 끝나는, 정답이 명확한 스토리.
편하죠.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으니까.
심리학을 하는 사람에게는 바로 그 '편함'이 신호입니다.
설명이 너무 깔끔하면, 빠뜨린 게 있다는 뜻이거든요.
이번 글은 쓰는 과정 자체가 달랐습니다.
1 knot는 대중 심리를 관찰자의 시선으로 분석하는 글이었어요.
비교적 안전한 거리가 있었죠.
하지만 3 knot는 실제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고,
다루는 대상이 약물 처방 시스템이라 한 문장 한 문장이 조심스러웠습니다.
특히 어려웠던 건 두 가지를 동시에 지키는 일이었어요.
피의자의 책임을 흐리지 않으면서,
시스템의 문제를 질문하는 것.
이 둘은 얼핏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약 처방 시스템을 문제 삼는 건 범인을 감싸는 거 아니냐"는 반론이
바로 나올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글의 앞부분에서 먼저 선을 그었어요.
잘못한 사람은 명백하다.
법이 밝혀줄 것이다.
그건 변함이 없다.
선을 먼저 긋지 않으면, 자칫 피의자를 옹호하는 말처럼 들릴 수 있으니까요.
그 위에 질문을 올렸습니다.
그 약은 어떻게 손에 들어갔는가.
벤조디아제핀이라는 약물
솔직히 말하면, 저도 이 약이 이렇게 널리 처방되고 있는 줄 몰랐어요.
한국에서 벤조디아제핀을 1회 이상 처방받은 성인이
2,200만 명이 넘는다는 데이터를 봤을 때 멈칫했습니다.
정신과가 아닌 과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었고,
알코올과 병용했을 때의 위험성은 의학적으로 충분히 알려져 있는데도
그 경고가 실제 처방 현장에서 얼마나 작동하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였어요.
FDA 경고문, 약사법 조항, 국내 처방 트렌드 논문, 복약지도 관련 판례까지.
참고자료 목록이 15개가 넘었습니다.
이전 글에서는 이론가의 통찰이 뼈대였다면,
이번에는 법과 데이터와 의학 근거가 뼈대였어요.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든 생각이 있어요.
충주맨의 유튜버 데뷔와 모텔 살인 사건.
내용의 무게와 장르가 전혀 다르죠.
그런데 이슈가 되는 뉴스에는 공통적인 구조가 하나 있더라고요.
대중들은 복잡한 사건에 '간단한 설명'을 원해요.
충주맨 사건에서는 '왕따설'이 그 역할을 했고,
이번 사건에서는 '사이코패스'가 그 역할을 합니다.
복잡한 감정을 감당하기 어려울 때, 우리는 가장 편한 서사를 고릅니다.
편이 갈리고, 분노할 대상이 생기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
이 패턴을 세 편 연속으로 짚게 된 건 의도한 게 아니에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eigen knot가 어떤 뉴스레터인지를 보여주는 배치가 된 것 같습니다.
소재는 바뀌어도 질문하는 방식은 같다는 것.
겉으로 보이는 답 너머에 있는 불편한 질문을 꺼내는 것.
3 knot — "모텔 살인 사건, 그 약은 어떻게 손에 들어갔나"는 eigen knot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사이코패스라는 말이 지워버리는 질문들, 그 질문이 왜 중요한지.